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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디의 먼지 ( Morandi's Dust )

J cash 2014. 12. 1. 02:42

 

 

이탈리아의 국민화가로 사랑받는

조르조 모란디 Giorgio Morandi (1890 – 1964)는

평생 독신으로 어머니,3명의 여동생들과 함께 볼로냐에서

거의 여행도 하지않고 그의 그림처럼 단순하고 평범하게 살았다

젊었을때부터 유명한 화가로 알려졌으나 자신의 명성으로

어떠한 부도 취하지않고 볼로냐미술학교의 판화교수봉급으로 살았다

일생동안 오로지 항아리, 병, 꽃, 조개껍질과 같은 단순한 정물과  

침실겸 화실에서 보이는 풍경같은 가장 친숙하고 비슷한 주제의 그림들을 

그의 특유의 담백한 색조로 그렸지만 금세기의 위대한 화가로 평가받는다 

 

 

실려있는 다섯개의 동영상중

*첫째, 넷째 영상 (1/100, 4/100)은

이번 덕수궁 모란디전에서 상영하는 Giorgio Morandi's Dust의 일부

*두번째 영상(2/100 ) 은

모란디의 작품을 연대기적으로 보여주는

Giorgio Morandi ㅡThe Art of Silence

 

 

1956 still life

정승희작가가  Timeless Vista 전(2010)에 차용한 작품이다  

(http://blog.daum.net/chungks48/170)

 

 

이번 덕수궁에서 국내최초로 전시되는 이탈리아의 국보급화가라는 모란디전시회는

그의 명상적 분위기의 차분하고 소박한 그림들처럼

요란스럽지 않은 차분한 가운데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림 좀 안다는 나 자신도 약 5 년전

화가인 딸래미가  Timeless Vista 라는 목탄화및 비디오 아트 전시를 하면서

모란디의 1956년 정물화를 패러디할때까지 잘 모르던 화가였고

솔직히...그 이후로도 지금까지

왜..모란디가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화가인지를 이해하지 못하였었다

 

미술평론가들이 어떤 어려운 용어를 써서 해설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직접 그의 그림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우선 그림이 쉽게 다가온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병이나 단지등을 튀지 않는 색상으로 그린 정물화나

그냥 뭉개놓은 것 같은 꽃 그림, 조개껍질 그림등은 물론이고

집, 나무, 하늘등 아무 특징없는 창밖의 풍경을 그린 풍경화들도

편하게 다가오지만  마음 속에는 깊은 울림을 준다

피카소가 '14살때 르네쌍스의 대가처럼 그렸지만..

어린아이처럼 그리기 위해서는 평생이 걸렸다'고 말했는데

모란디의 그림들이야 말로  

단순하게 그리려고 단순해진 정물화가 아니고

생략하기위해 생략한 풍경화가 아니며

뭉개버리려고 뭉개서 그린 꽃 그림이 아닌....

다시 말해서 의도된 솔직함이 아닌, 작가 자신의 참 모습이 그대로 그림으로 나타나며

관람하는 나에게   단순, 소박, 절제, 청빈, 고요라는 단어들이 저절로 떠오르게 한다  

소품위주의 그렇게 많지 않은 작품들을 보면서

정물화의 세계적인 대가로 불린다지만

나에게는 색을 칠한 듯 만 듯... 선을 그은 듯 만 듯한 몇 점의 풍경화가 특히 더 인상적이다

 

전시장 한 쪽에서 상영하는 Giorgio Morandi's Dust 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니

그림을 보면서 느꼈던 마음속의 울림이 더욱 커진다

이탈리아 볼로냐지방의 풍광과

모란디가 살면서 그림을 그렸던 3곳의 집들(한 곳은 미술관)을 보여주며

지인들이 그를 회상하는 영상은... 곁들여진 음악과 함께 모란디에 깊이 빠져 들게 한다

모란디는 그의 작업실겸 침실로 쓰는 방에 놓여있는 정물화의  대상인 항아리,병들에 묻어있는 먼지를

절대로 털지 못하게 했다

글쎄...나도 실내의 돌 조각에 먼지가 (묻어있다기 보다는) 쌓여있는 것을 닦아내면

돌의 정빨,빛에 의한 돌의 음영, 질감등의 '맛'이 감소한다고 느끼는데...

모란디도 그래서 병이나 단지의 먼지를 닦지 못하게 한 것인지...

 

ㅡ유명화가의 집을 설계하게된 설계자가 근사한 설계도면을 가져오자 모란디는

단순한 박스형의 집을 그려주면서 자신의 뜻대로 설계를 해달라고 했다하고

ㅡ그림중개상이.. 모란디의 작품을 사가서 그 다음날 열배를 받고 팔면 솔직히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화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고 그림중개상은 장삿군이기때문에 열배를 더 받아도 당연하다고

말했다는 모란디..화가로서의 명성을 富와 연결시키지 않았던 모란디의 모습을 보면서

그의 그림이 의도된 절제, 단순함이 아닌

화가 자신이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표현된 것임을 인식하게된다

 

 

 

 

 

 

 

 

 

모란디는 14세기 회화의 전통을 답습하고자하는 볼로냐 국립미술아카데미에 입학해서 

렘브란트의 그림책을 보고 엣칭을 공부하였으나 , 세잔, 드랭, 피카소등의 영향을 받았으며

플로렌스를 방문하여

Giotto,Masaccio등의 그림에 강한 인상을 받았고, 조르조 데 기리코, 카를로 카라등의 형이상회화(metaphysical art)작가들과 교류하였다 모란디의 일생동안 변치 않는 예술적여정은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모란디가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위해 미술을 포기하려 했을 때 이를 만류한 그의 어머니의 지혜와 지원 덕이었다고 한다

 

 

 

 

 

 

 

비아 폰다차의 정원 1958

작가가 창을 통해 바라 본 외부 풍경을 그린것 

 

 

 

Still Life (조개껍질) (1943),

 

 

 

아래는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박혜성의 글을  요약한 것이다 

 

"모란디가 20세기 미술을 주도했던 그 어떤 특정 유파에 속하지 않았고,

한국의 대중들에게 낯선 것은 사실이다

1980년대의 트랜스 아방가르드등  그간 한국에서는

다양한 이탈리아미술이 소개되었지만,

모란디는

미술전공자들에게 개인적인 숭배의 대상 혹은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하였지

서양미술사의 한 장을 차지할 만큼 비중있게 다뤄진 적은 없다

최근에 새삼 '예술의 본질''예술의 진정성'이라는 화두에 대한 해답을 찾거나

인간의 삶을 성찰하는 매개로서 정물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며

모란디에 대한 관심이 가시화되고 있다"

 

"모란디는 자신이 존경했던 세잔이 '보는 것'에 끊임없이 회의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가시적 세계에 내재하는 무수한 이질성을 탐구하여

이를 작품 속에서 특유의 질서로 재구성했다"

 

"현실보다 더 추상적인 것은 없다고 피력했던 모란디는

구상의 형태를 극도로 단순화하여 추상성을 추출해 냈고,

이탈리아의 모란디전문가 크리스티나 반데라는 현실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그 결과가 결코 리얼리티의 모방이 아닌 모란디의 작품을

중국 송나라의 수묵화와 연결시킨바가 있으며

모란디회화에서 느껴지는 군두더기 없는 단순함, 절제와 고요의 미학,

비어있는 충만함,항상..같은 감정상의 긴장감은 정신세계를 추구한 동양과

물질세계를 추구한 서양의 간극을 지우고

동서양의 만남을 동일한 지평에서 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참고

1. 조르조 모란디; 모란디와의 대화 ㅣ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책자

2. http://en.wikipedia.org/wiki/Giorgio_Moran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