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우OB 45주년 전시회 준비모임 (2013.8.8)
장마가 끝났다는 데,
오늘도 아침부터 천둥번개치고 비가 쏟아지는 어두운 날에
김용익작가의 '나는 왜 미술을 하는가'라는 책을 뒤적거려 본다ㅡ
칼럼성격의 에세이와 작품에 동반되는 설명문, 메모등을 모아놓은 책이라
여기저기 들춰보다가
'나는 왜 그리는가'라는 에세이를 읽는다
그런데 여러번 읽어 봐도 왜 그리는지...답이 없다 ㅎ
"나는 왜 그림을 그리는가.... 이 자문은 내가 그림을 일생의 전공으로 선택한 이후부터
늘 그 답을 구해보려 애쓰던 것이었다
나는 왜 그림을 그리는가.... 마치 자살하려는 자의 독백처럼 들리기도 한다
나는 왜 그림을 그리는가.... 이 자문은 죽음이란 운명을 언제나 잊지 말라는
존재확인의 증표로서
중세유럽의 수도승들이 품고 다녔다는 해골과 같은 것이다ㅡ"
이렇게 써놓고..작가의 답이 없다
왜 그리는지는 읽는 사람이 알아서 생각 하라는 것인가 ?
나는 문과가 아닌 이과 공부를 해서인지,
지적 사유의 깊이가 낮아서인지..
이런 애매모호한 글들을 읽으면 작가의 깊은 뜻은 헤아리지 못하고
어디가 체한 듯 답답하기만 하다ㅡ
그러면
나는 왜 그리는가 ? .....
취미로 이발소풍의 유치한 그림을 그리지만,
시작하면 대여섯 시간, 아니 어느땐 꼬박 밤을 새기도한다
그리는 대상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하여
색, 선, 형태에 집중하며 , 아마도 수만번이상의 붓질을 할것이다
멍청한 표정으로 한 없이 붓질을 하는 나의 모습을
누가 옆에서 보면....아ㅡ 무아지경에 빠져 있구나라고
생각할 것 같다.
'무아지경' ㅡ 나를 잃는다...나를 잊는다...?
ㅡ lose & loose myelf 한다...?
그러나
그리는 동안,
그리기에 몰입해 있으면서도..
머리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지나간다
중학교 미술시간에 학교 야외계단에서 그리던 수채화..
대학때 전공공부는 별로 안하고 화우회 동아리활동만 열심히 하던 나..
하계 스켓치여행이라며 남해상주해수욕장이나 제주도에 놀러갔던일,
그 때의 멤버들..
그들 중 너무 일찍 먼저 세상을 떠난 K,P,L 등...
그당시 지도교수였던 아폴로 조경철박사가 후에 결혼한
미모의 여배우 전계현씨를 데려왔던 일..
신촌 학교앞 '엄마집'이라는 막걸리집..
홍대미대를 갓 졸업하고 지금은 한국화단 사실화의 실력자들이 된
손순영, 강건호화가등과 신설동 미라보화실에서 어울리며
그들에게 지도받던 일..
지금 생각하면 낮뜨거워지는 덕수궁 모란꽃앞에서
이젤을 세우고
구경꾼들 앞에서 어설프게 그리던 일..
돌아가신 어머니,아버지..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시고 유품으로 남긴 청전 그림을
재혼하셨던 아버지께 거금을 드리고
받아왔던 일..등등
무수한 추억들이 머리속을 지나간다
결국 평소에는 잊고 있던, 그림과 연관된 지난 일들이
그림을 그릴때면
뚜렷한 영상으로 떠오른다는 것...
풀, 나무, 숲을 개념없이 그리지만,
머리속은 옛 추억에대한 그리움을 그리고 있다는 것...
그러니까,
그리며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니까 그린다는 것...하하 말 되나 ?
내가 좋아하는 분의 블로그에 있는 글을 빌리면
나의 그림그리기는
'아마도 사라진 젊음에 대한 환상통(phantom pain)때문 일지도 모르겠다'는 것....
써놓고 보니
나도 왜 그리는지를,ㅡ왜 다시 그리는 지를
애매모호하게 설명하였다....
화우회ㅡ1969년 지도교수 아폴로박사 고 조경철교수와의 한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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