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림일기

나의 그림일기 3ㅡ연천 들판에서

J cash 2013. 8. 16. 16:32

 

 

 

밤 늦게까지 화우동아리전시회 출품을 위해 벼락치기로 그림을 그리다가 잠이들어

느즈막하게 일어나 거실소파에 앉았더니

카펫바닥위에

영롱한 무지개토막이 점을 찍은것 처럼 보인다

아 ㅡ 아름답다

오늘 8월 15일이 성모승천대축일....성모님이 오셨나..?

 

얼른 지인에게 사진을 보냈더니...

 

 '무지개꼬리에서 한 토막 떨어진,

  자그마한 덩어리 하나가

  우리집 카펫위에 불시착했다

   ....

  집도 그대로이고 햇살도 그대로인데

  이 새로운 현상은...

  나에게만 보내는

  아주 특별한 스펙트럼일까...' 라는 아름다운 글로 답해 준다

 

ㅡ개념미술은 미술이 문학으로 대체되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는 데,

...이 분인가 ....?

 

스스로의 능력으로 하늘로 올라가신 예수님의 승천과 달리

성모마리아는

하느님에의해 올림을 받았기 때문에 몽소승천이라고도 하며

교황 비오 12세가 신자들의 건의와 청원에 의해

1950년 11월 1일 '믿을 교리'로 선포했다고 한다

2000년전 마가의 다락방에는 황금광채가 쏟아 지듯이 성령이 내렸다는 데,

열심한 신자도 아니면서

아침 거실 카펫위에 불시착한 영롱한 무지개토막을 보고

우리집에 성모님이 오셨나,  성령이 임하셨나...? 하는 기쁜 상상을 해본다 

의무대축일이니 빠지지 말고 미사에 참석하라고

성모님께서 오신 모양이니,

오늘은 미사에 빠지지 말아야 겠다 ㅎ  

  

 

 



15 F  캔바스에 아크릴

(없어진 그림이라 흑백으로...)


 

어제 밤 늦게까지 그린 그림이다 (15 F  캔바스에 아크릴)

윗글 '무지개 꼬리에서..'를 쓰신 분의

블로그 글  '연천 들판에서...' 에 있는 사진을 보고 그린다 

물래방아, 폭포는 없지만, 꽃, 풀, 나무,숲,시냇물이 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이발소그림소재로는 완벽하다 ㅎㅎ

풍경화는 야외 현장에서 직접그리는 것이 바람직하나,

카메라 성능이 좋아서 자연자체보다 더 생생하고,

어차피 자연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도 아니고,

그대로 그릴 테크닉이 있는 것도 아니며 

상상력을 보태서 그리는 것이므로

사진을 보고 그리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무엇을 어떻게 그리느냐 보다,

왜 그리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취미로 그리는 사람들이 현장주의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남의 것을 베끼는 '차용미술'도 현대미술의 어엿한 한 분야니까...ㅎ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현대의 미술이라 하지 않던가.. 

 

그리다 보니,

사진에 없는 

자주색 붓꽃인지, 도라지 꽃인지도 집어 넣고,

구도상 넣은 외로워 보이는 나무는 무슨 나무인지도 모르겠고,

뒷숲도 산인지 숲인지...

들판은 골프장잔디 처럼 보인다 ㅎㅎ

전체적으로 국적불명의,  

어디 미국시골 술집에 걸어논 그림같다

 

밤 늦게 뜻대로 안그려지는 그림과 씨름하다가 작업실을 나올때,

그려 놓은 그림들과 함께 어두운 구석에 놓여있는

하얀  캔바스를 보면,

아무것도 그리지않은

텅 빈 흰 캔바스가 참 아름답다고 느낄때가 있다

그냥 놔두는 것이 아름다운데...ㅎ 왜 그리나 ...

 

다른 얘기지만

환경미화운동으로 허름한 동네의

낡은 담장, 집 벽면등에 어설픈 벽화를 그리는 것이 유행인데..

못 마땅하다ㅡ 그냥 놔두지..낡은 것, 낡아 지는 과정등이 그냥 있는 것이

아름다운것 아닌가?

 

아침에

영롱한 무지개토막의 아름다움을 보며,

텅 빈 하얀 캔바스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며...

윗 그림에 골프장그린의 빨간 깃발을 그려 ,

골프장을 그렸다고 .. 거짓말을 해볼까 고민하며...

몇자 끄적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