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April, 1974
오늘
아내가 웃으며 40여 년 전 결혼 전에 내가 보낸 그림편지 한 장을 보여준다
아..... 이런 걸 내가 보낼 때가 있었구나....ㅎㅎ
최전방지역 양구의 포병대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시절인 1974년도 4월...
그 당시 상영하던 '두 연인'이라는 영화 광고가 신문 하단에 실려있는 것을
펜으로 서툴게 모사한 그림 옆에
50일 후면 최전방에서 그녀가 사는 서울 쪽 가까운 곳의 부대로
군복무지가 바뀐다는 내용을 보내면서 2주쯤 후에 잠시 서울에 들린다고 적혀있다
그러면서
바보처럼 아이들 낙서화같은 이런 그림이라도 그리면서
그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고 써놓고 있다...
'연애 때는 이렇게 유치하고 닭살스러워야 제 맛인가 보다' ...ㅎ
고교시절
수업시간에 교실 뒷자리에서 선생님 몰래
신문 쪽지에 있는 영화 광고를
끝이 뭉툭한 펜으로
노트 한편에 광고 문구까지 그대로 똑같이 그리곤 했었다
이 그림 편지는
40여 년전 부대 근처의 하숙방에서
퇴근 후 심심풀이로 그려 보냈던 것들 중 하나이다
그 당시 하숙집 초등학생의 크래용으로
아내의 초상화를 그리고
촛불로 살짝 녹여 문질러서 마치 유화같이 그럴듯한 효과를 낸 것도 있었는데
아마도 아내가 보관하고 있을 것 같다
데이트하던 시절 쓴 편지들을 아내는 나 몰래 어디에 보관해놓고
남편 때문에 속이 끓을 때마다 꺼내 보면서 마음을 달래나 보다.......
물론
이중섭, 김환기 등의 아내를 그리워하는 그림 편지들과는 비교할 것도 못 되는
투박한 문구로 쓴 조잡한 영화 광고 모사이지만
별로 색이 바래지도 않게 잘 보관된 편지를
오늘 40여 년 만에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
이쁜 액자에 껴서 보관하다가 나중에 자식들에게 물려줘야겠다...ㅎㅎ
1973
인터넷으로 찾아 낸 그 당시 영화 광고
유명한 '사운드 오브 뮤직'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로버트 와이즈 감독
제인 폰다의 동생 피터 폰다와
그당시 제2의 캔디스 버겐이라고 불리운 미녀 여배우 린제 와그너가 주연인데
실제로 아내와 이 영화를 본 기억은 없다
.
.
.
아내에게 보낸 김환기의 편지 그림 1955. 10. 27
Franz Liszt / Romance Oublie'e ·
Brett Deubner, viola / Gary Kirkpatrick, piano
This work succeeds in its thoughtful depiction of nostalgia and reg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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