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겉핥기로 읽다

시오타 치하루展을 보고

J cash 2020. 8. 2. 21:27

 

 

Between Us

 

 

대학 그림동아리 OB멤버들과
평창동 가나 아트센터에서 시오타 치하루의 전시회를 봤다

전시 해설문을 보면
48살의 일본 여성 설치미술가 시오타 치하루는
어린 시절 가족묘에서 느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본인의 암 투병으로 더욱 확대되며 이를 계기로
그녀는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게 되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관계'인데 그녀의 작품에서 '실'은 '혈관,관계,운명'을 의미하며
특히 피의 색상과도 같은 붉은 실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붉은 인연의 끈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번 전시의 highlight는 마지막 전시실의 Between Us....
붉은 실이
여기저기 놓여있는 낡은 의자들을 칭칭 싸고 엉키면서 온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마치
'인간 관계'를 기억하고 보관하는
뇌 신경의 연결 회로를 현미경으로 확대해서 보는 듯하다
'우리는 타인과의 연결고리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이러한 연결고리는 우리의 핏줄 속에 있다'는 작가의 말을 음미하면서ᆢ

이 설치 작품의 통로 공간을 서서히 걸어본다

미술대학이 없는 연세대학교의 미술 동아리 OB회원들은
미술의 비전공자들이기 때문에
각자의 관람 소감을
다소 엉뚱한 생각이라 하더라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나눈다
나는 전시장 입구의 전시회 포스터를 보면서
'설치 미술'이지만 이처럼 사진으로만 봐도 미적으로 뛰어나게 아름답고 신비한 분위기의

'붉은 단색화' 그림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한 화우는 작가에 대한 사전지식이나

선입관이 없다면 그녀의 작품들은섬나라 일본 국민의 잠재되어 있는 trauma나

작가 자신의 내적 trauma를 표현한 것 같다고도 말하며
핏줄과 관계를 의미한다는 의자에 묶여있는 실타래가 지나가기가 계속 방해받는 느낌을 주며

창문이 있거나 출구쪽을 자꾸 보게 된다고ᆢ

그래서 붉음이 옅어지는 부분을 향하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느끼며

섬나라의 국민들의 집단 무의식엔 이런 답답함과 exdos의 심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열쇄와 자물통, 배(ship)등을 작은 박스안에 놓고
붉은 실이나 흰 실로 칭칭 감은 소품작들에서는 답답함까지 느껴진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녀의 드로잉이나 소품 조각, 설치 작품들은 34세에 뇌종양으로 요절했지만
20세기의 후반을 대표하는 현대미술의 전설이 된 '에바 헤세'의 작품들과도 유사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에바 헤세는 8살때 부모가 이혼하고 9살때는 어머니가 자살한 trauma가 있다

에바 헤세는 fiberglass를 제외하곤 대부분 화학적으로 분해되는 재료들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그녀의 작품들은 결국 사라지고 마는데ᆢ
헤세는 '삶은 지속되지 않는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Life doesn't last. Art doesn't last. It doesn't matter)라고 말했다

시오타 치하루는 자신의 내적 trauma를 작품으로 healing하려 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ᆢ

시오타 치하루의 박스속에 갇혀서 '실'로 칭칭 감겨있는 일부 작품들은 답답하다는 느낌이 강해서
그 화우는
전시장을 나와 크게 심호흡을 하며 답답함을 풀었다고도 한다

 

나는
수년전 예술의 전당에서의 야요이 쿠사마 개인전때 부적같은 그 녀의 작품들에서 뿜어내는

강한 氣에 눌린 듯 숨이 답답해져서
서둘러 전시장 밖으로 나와 심호흡을 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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