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묵은 날들 259.3 x 193.9 cm 2013 빈자리 259.3 x 193.9 cm 2013
작가 조영대(1960~ )의 작품은
처음에 지인의 블로그에 소개된 사진만 보고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그림같은 그림'들,
아마 내가 미대에 입학하여 화가가 되었더라면 그렸을 것같은
그림들로 보여서ㅡ
전시회가 끝나 직접 못 본 것을 아쉬워 하던 참에
전시기간을 연장하였다는 연락이와서 서둘러 인사동으로 갔다
본다는 것 보다 읽는다는 것이 더 깊이 파악하는 말인듯하여..
작품을 생생하게 '읽으며' 로 표현한다면...
작품을 '읽기'에는
작가에게 직접 작품제작의 과정이나 의도, 생각등을 듣는 것 처럼
좋은 방법이 없기때문에ㅡ
작가가 계신줄 알고 서둘러 갔다가 안 계셔서 좀 실망하였지만,
마침 도록에 있는 '작품하나 맺기 위하여'라는 작가의 글을 읽으며
작가를 만난 것으로 생각하고 작품을 감상하였다
작가의 글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꽃이 온몸으로 이야기하듯이 그림 또한 온 몸으로 이야기한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온 몸으로 그려야한다 나무 한 그루를 그리면서도 나무와 나무 주변의 여러 가지 색과 혼 등을 충분히 표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선의 응용이 요구된다이때 색은 계산대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만들려고하다가 만들어진 색은 무조건 적용되나, 의도하지 않은 색이라고 적용 안되어질 색은 없다어떤 색이든지 어느 부분에서든 꼭 필요한 색은 있다
나는 농부가 경험이 쌓여 계절을 읽고, 땅을 알고, 씨 뿌릴 것을 준비하는 것 처럼, 그림 그리는 일이 보다 더 생활이었으면 한다자연 앞에 경험을 갈구하여 시간과 공간을 알고 색과 톤을 알아, 온몸으로 그려질 작품하나 맺기 위하여 나무가 살아오면서 겪었을 세월의 바람 끝을 보며 나도 그 세월바람의 한 순간임을 깨닫고 표현한다.... "
작품을 보면 금방 느껴지는 것이
작가가 그의 말 처럼 '온 몸으로 색과 혼을 표현하였다'는 것이다
특유의 질감을 나타내는 두꺼운 impasto 기법을 통해
작가의 기와 붓질의 힘을 느끼게 한다
무수한 붓놀림, 아마도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수십만번 이상의 붓칠을 하며
자신도 세월 바람의 한 순간처럼,
세월과 함께 그림속으로 자신을 던졌음을 알 수 있다
200호가 넘는 큰 캔바스에
나무 한 그루를 그린 것일 뿐인 '묵은 날들'이나 '빈자리'를 보면서
전체적으로 멀리서 보지 않고 일부러 가까이, 더 가까이
작가의 붓 터치 하나하나를, 색 하나하나를 close-up 하여 보면...
작가의 혼이 어린
차라리 이미지만 남아 있는 장엄한 추상화를 보는 것 같다
마치 세잔의 '로브 거리에서 본 생트 빅투아르산' 그림의 상반부를 가리고 하반부만 보면
추상화로 보이는 것처럼,,...
고갱의 '자연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려 하자마라..모든 예술은 어짜피 추상적이다'라는 말도
생각나게 한다
언뜻 사진으로만 봤을 적엔 인상파풍으로 생각되나
직접 전시장에서 보니
다양한 자연의 '색과 혼'이... 화려하면서도 차분하게 가라앉아서
색과 싸우며 색을 극복하려는
작가의 처절한 몸부림을 느끼게 한다
색과 이미지의 가벼움을 강조하는 듯이 느껴지는
단순한 의미의 '화려함'이란 단어를
작가의 작품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화려함 속에... 무게가 느껴지는 가라앉은 색상의
그의 작품들은
온 몸으로 그리기위해 완벽해지고자하는
작가의 치열한 정신세계의 고뇌를 보여주는 듯 하다
잭슨 폴록의 action painting 과는 다르지만
온몸으로 그린 추상 표현주의적인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에도 빠지며
인상파류라는 생각을 과감히 버린다ㅡ
큰 캔바스에 꽃을 한송이 또는 한 두송이만 그려넣으며,
그림이라기 보다는 실내 인테리어 장식품처럼 여겨지는 그림들이 유행인데...
작가의 100호 정도의 큰 캔바스에 꽃 한송이만 그린
'별을 품은 어리연', '별을 품은 나팔 꽃'은
프랑스작가 샤르르 벨의 화려함이나 조지아 오키프의 관능성은 없으나
동양적인 사유의 깊이를 느낄 수 있으며,
차분이 가라앉은 색상과 구도의 단순성이 '별을 품은...'이라는 제목과 잘 어울리는
이 '전시회의 꽃'이라 생각된다
누가... 음악은 듣는 시간이, 문학은 읽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미술은 아무리 큰 그림이나 많은 작품도 몇 초만에 한 눈에 다 감상할 수 있다 하듯이
나의 그림관람 스타일은 쓱 둘러 '보는 것'인데,
이번 전시에서는 한 시간이상
작가의 숨어있는 싸인( yd cho )도 찾아보며, 그림들을 '읽었다'...
그렇다ㅡ
그림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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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품은 나팔꽃 145 x 145 cm 2013 별을 품은 어리연 145 x 145 cm 2013

망초 2013 ㅡ 일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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