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es Oldenburg and Coosje van Bruggen
서울에 살면서도 좀처럼 시내 광화문쪽에 나갈일이 없는데
미국에 사는 친구 K가 잠시 한국에 나와서
세종문화회관 뒷동네에있는 서비스드레지던스에 묵는다하여
40여년만에 만났다
미국에 사는 친구들이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한국에 가끔 나오면
어느새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됬는지,
모든 것에 감탄하고 이곳에 살고 있는 동창들을 부러워 한다
내가 다니던 과에서는 졸업 후 거의 반 정도가 미국으로 건너가 정착하였는데
나는 겁많은 소심A형이라 한국에 남았던 것이다
대학다닐때, 그 친구나 나는 남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었고...
그 친구는 문학반, 나는 미술반활동을 하면서
특별히 가깝게 지냈었다
서로 그리워하면서도 무슨 이유인지 연락이 안 됬는데
갑자기 40년만에 연락이 온것이다
며칠후 미국으로 들어간다해서
저녁이나 같이 하기로 하였다
이 친구는 미국에 있는 동창들하고도 40여년을 두절하고 지내다가
최근에 coming out 하였다
이번에 한국에 나와서도 동창들중에서 나만 만나고 들어간다고 한다
대학시절 학년별 '분극의 밤'이라는 연극제가 있었는데ㅡ
아직도 나는 '이피게네이아'가
그리스 신화중 어떤 이야기인지를 잘 모르지만
40여년전 이친구가 쓴 '이피게네이아'라는 희곡으로 대학연극부에서 공연할때
나는 미술반이라..스탭이랍시고 엉터리로 무대장치를 해줬던 기억이 난다
졸업전에 자격시험준비를 할때도 성격이 까다로운 이 친구를
나의 스터디그룹에 껴 줘서 같이 공부하였던 인연도 있다
이 친구의 부인은 화우회동아리 후배이다
학생때 화우전시회의 방명록에 내가 특별한 의미도 없이
그녀가 보는 자리에서
'All for the Love of a Girl...'이라 썼더니...
이 친구가 어떤 소녀를 위해서 모든 것을?..하며 나한테 물어본 기억이 난다
혹시 자기 부인이 될 사람한테 쓴것이 아닌가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쓴 건데.....
하하 모든 여학생들이 아마 ..자기가 아닌가 착각했을지도...
모든 화우회 여학생한테 잘 해줬으니까...
그때부터 실속도 없이 그럴듯하게 폼은 잘 잡았던것 같다 ㅎ
이 친구는 졸업하자마자 미국에 건너가 방사선과의사로 지내다가
이제는 은퇴하여 여유있게 지내지만 무척 외롭다 한다
저녁 식사하기전에 잠시.. 40년이라는 세월을, 지난 추억이 떠 오르는데로 얘기하며
세종로 광화문, 청계천, 시청 , 덕수궁 쪽을 걸었다
이친구도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대학때 나때문에 미술반에 기웃거리며 그림도 그리곤 해서
지금도 미술에 관한 교양상식정도는 서로 대화가 잘 된다
Spring
청계천 입구에 다다르니 유명한 소라껍질같은 설치조각이 보인다
요즘 많이 오는 중국관광객들이 이 설치조각앞에서 단체사진들을 찍는다
팝 아트의 거장 클래스 올덴버그( 1929~ )와 그의 아내이며
예술의 동반자인 쿠제 반 브르겐( 1942~2009 )의 공동작품 '스프링'인데
Spring이 '봄, 샘, 용수철, 솟아오름'등의 뜻이 있으나
청계천의 물이 시작되는 곳이므로 '샘'으로 해석하면 타당할 것 같다
처음 설치 했을때는 포스코본사 앞에 있는 프랭크 스텔라의 '아마벨'처럼
한국적이지 않고 주변과 안 어울리는 작품으로 잘 못 선정됬다는 말도 많았고,
청계천변에 우리나라의 현대화 과정에서
젊음을 고통과 슬픔으로 보낸 젊은이들을 위한 '초대형 미싱'을 세워야했다는 주장처럼
공공미술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감상자의 수준과 이념에 따른
다양한 주장들이 있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나는 국내작가의 끼리끼리 나눠먹기식의 구태의연한 답답한 작품들보다는
테헤란로의 '아마벨'이나 이곳의 '스프링'처럼
외국작가의 새롭고 신선한 감각의 작품들이 엉뚱한 듯 하지만
서울의 dynamic한 다양함을 보여주는 의미에서 잘된 것이라 생각한다
올덴버그의 이 작품도
저렴한 가격으로 세계적인 대가의 작품을 설치함으로서
지금은 국제도시인 서울의 위상을 높히는 청계천의 상징물로 자리잡았다
야간에 조명받은 모습을 보면
마치 대형 촛불이 솟아 오르는 것처럼 보여서ㅡ
친구와 나는 요즘 행위예술처럼 이 조각 앞에서 촛불시위를 하는 것이 유행이니
올덴버그가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말하며 서로 웃었다
올덴버그의 작품 대부분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들ㅡ
병따게, 망치, 핀,톱, 빨래집게, 아이스크림, 햄버거등의 음식,
립스틱,야구방망이,포크, 꽃삽 등등을 거대하게 확대하여
평범한 것을 평범하게 보이지 않게하여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스웨덴의 외교관 아들로 태어나 미국에 이주하여 예일대학에서 수학한 후
시카고 미슬관 부속 미술대학에서 공부했다
Lipstick on Caterpiller Track
Anti-war protest로 1969년 Yale대학생들과 천으로 만든 soft 조각 ㅡ
1974년에 부식하지 않는 steel과 fiber glass로 다시 제작한 것
여性의 립스틱을 탱크바퀴위에 세워 놓음으로서
남性의 phallus처럼 느끼게 한다
그의 초기작인 관중이 바람을 불어 넣어야되는 '무한괘도식 트랙터 위의 립스틱'같은
천과 비닐로 된 소프트조각 작품들은
첫 부인이 대부분의 제봉등의 제작에 참여하였으나 10년만에 이혼하고
1976년 독일계 팝 조각가이며 환경예술가인 쿠제 반 브르겐과 공동작업을 하면서 만나
이듬해 가정을 이루면서 많은 작품들을 공동제작했다
전세계에 부부가 공동제작한 설치조각이 40여점이 넘는다
청계천의 이 작품을 제작할 시에는
부인 쿠제 반 브르겐은 유방암이 전신에 번지며 생사의 기로에 있었다
그는 '아내 쿠제가 디자인 전체를 맡았고, 아이디어도 쿠제가 냈다'며 모든 공을 아내에게 돌렸다
ㅡDNA의 유전자 구조를 연상시키는 나선형은 자연과 인간의 결합을 상징하는 것이며,
빨강과 파랑은 한국을 상징하는 색갈이고,
안 쪽의 노란색은 한국도자기의 황토색에서 비롯된 것이며,
구조물안의 리본은 흘러내리는 한복의 옷고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올덴버그 부부
soft sculp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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