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겉핥기로 읽다

'뱀을 부리는 여인' ㅡ앙리 루소

J cash 2014. 6. 4. 19:42

 

 

 

 

오늘 투표를 마치고...  

우리나라에까지 온 앙리 루소의 대표작 '뱀을 부리는 여인'을 보기 위하여 

오르세미술관展이 열리고있는 용산 국립박물관에 갔다

공휴일이라 그런지 입장권을 구입하고도 

전시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한 시간여를 기다렸고..

기획전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관람객중 데이트하는 젊은 연인들이 많은 것을 보면

우리나라가 이미 문화선진국이 된 듯하다

ㅡ영화 '뮤지엄 아워스'에서

전시장 관람객들이 '명화'속의 인물로 변하며..

명화속의 사람들이 액자밖으로 나온 관람객이 되듯이... 

오르세 미술관展을 관람하는 젊은 연인들의 모습은

전시장 한쪽에서 상영하는 19세기 말 파리지앵들의 삶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나로 하여금

이번 전시그림들이 주로 그려진 시기인

19세기말에서 1차 세계대전 전까지의   '벨 에포크시대'(아름다운 시절)의

프랑스 젊은 연인들을  보는 것같은 상상을 잠시 하게 한다.  

미술관의 연인들... 그들의 순수한 젊은 사랑이 부럽고

그들 자체가 보기에 참 아름다운 작품이다...

 

앙리 루소

(엔지니어로서 전문직을 가지고 있으면서 전업작가협회 회원으로도 활동하는

화우회 후배 권영학 화백의 모습과 닮았다 ..

어이 !! 권화백 ㅡ 혹시 알어? 루소처럼 끝물에 유명해질지...?  하하)

 

앙리 루소( Henry Rousseau 1844~1910 )는

파리 세관원으로 근무하며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뒤늦게 1886년 42세때부터 전시회에

처음으로 작품을 선보인다

이처럼 다른 일에 종사하면서

취미삼아  그리다가  

본격적으로 자기의 세계를 나름대로 표현한 화가들을

나이브 아티스트( naive artist )라 부르는데...

루소는

전문적인 기교보다는 소박하고 순수한 열정을 통해

원시적인 세계를 그의 환상에 기반해  표현했다

파리의 식물원을 즐겨 찾았던 루소는

'식물원의 유리온실에 들어가서 이국적인 색다른 식물들을 보면

내가 꿈속으로 들어 가는 것 같다'라고 말하면서

식물원에서 관찰한  이국적인 식물들을

마치  꿈속에서 본 밀림을 그리듯이 몽환적으로 그려서...

현대의 원시적 예술( primitive art )의 전형(典型)을 보여준다

그의 原始의 세계에 대한 이러한 동경과 환상, 특이한 형태의 재구성은

현대미술의 神 피카소에게도 영향을 크게 미쳤다

 

루소가 각광을 받게 된 또 다른 이유중에 하나는 그의 활동시기가

시대적으로 사실적 재현의 관학파적인 그림에서

개성적인 표현을 주목하는 시대로의 변환기적 과정에 있던

시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뱀을 부리는 여인 1907 

 

ㅡ열대의 낙원, 밝은 달이 떠있는 밀림 숲에서

검은 실루엣의  여인이 풀륫을 불고 있다.

풀륫을 불고 있는 여인의 목에는 뱀이  스카프처럼 감겨있고

풀륫소리에 최면이 걸린 뱀들이  나무위에서, 풀밭 여기 저기에서 춤을 춘다

여인 오른 쪽에는 이국적인 식물들이 숲을 이루고 있고, 왼 쪽 호숫가에는

펠리칸처럼 보이는 거위가 풀륫부는 여인을 바라보고 있다

나무 윗 줄기에는 올빼미가 내려다보고있다

'에덴 동산의 검은 이브'처럼 보이는 풀륫을 부는 여인은 

이러한  野性의 자연을 

서로 각각이면서도 평화로운  하나의 숲으로  일치시키며...

전체적으로 그림이 초현실적이며 상징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나는 이 그림을 

틀에 박힌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루소가 

원시적인 밀림을 그림으로서

즉 소박한( naive ) 화가가 원시적인 ( primitive )주제를 그려서

오히려

보는 사람의  미적감각을 강하게 자극하는.. 시각적으로도

매우 아름다운,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그림을 보면서

" 나는 미술교육를 너무 많이 받아서 세계적인 대가가 못 됐다"는

2년전에 돌아가신 고 권옥연화백의 자조적인 말씀이 다시 생각난다ㅡ

예술은 교육에 의해서,

또는 훈련에 의해서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재능과 영감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라는 뜻이겠지...

 

  "루소는 현대미술을 전혀 몰랐다

현대작가들이 루소의 그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믿기 어렵겠지만

루소는 자기 그림이 세상에서 최고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ㅡ페르낭 레제

 

ㅡ기독교가 지배적인 유럽 미술에서는..

뱀은

언제나 男根이며 동시에 공격적이고 파괴적이며

섹슈얼리티와 惡이 동일한 것으로 나타나는 타락상을 표현할 때인데...

루소가 '뱀을 부리는 여인'을 그린 것은 

그의 어떤 생각을 나타내려 한 것인지..

단지 루소가 상상으로 만들어낸  원시밀림과 어울리도록 흑인 여성을 그렸을 뿐인지...

아니면 크레타섬의 크노소스에서 발견된, 당당하게 손에 뱀을 쥐고 있는

기원전 1600년경의  '미노아의 뱀의 여신'처럼

여성의 성적 힘을 나타내는 이미지로 해석해야 할지...   

 

 미노아의 뱀의 여신

기원전 1600년경

 

미학적 지식이 깊지 않고  문학적 상상력도 부족하여...'뱀과 검은 여인'의 의미에 대해 

그럴듯한 스토리를 엮기가 쉽지않다 

루소의  그림을 볼 때 느끼는 지금까지 얘기한 시각적인 美的 분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 密林畵에 '뱀을 부리는 검은 여인'을 주제로 그렸을까..하는

주관적인 또는 직관적인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The Sleeping Gypsy 1897 

 

이번 오르세展에는 없는 그림이지만 '잠자는 집시'는

루소의 그림중 '뱀을 부리는 여인'과 더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다

'단순한 구성, 섬세하게 표현된 색과 선,

상상의 공간으로 보이는 배경이 한데 어우러져 신비함'을 전달한다

피카소는 "반 고흐 이후 우리는 어느 정도 독학을 한 소박파( naive artist ) 라고 할 수 있다

미술가는 더 이상 전통 안에 살지않고 자신만의 표현 방법을 창조해야한다"라고 말하며

루소의 그림을 높이 평가했다

초기에 서툰 아마추어 화가로만 평가받았던 루소가

빛을 보게 된 계기는

말년에 가서야 피카소에 의해  이런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부터이다

그의 회화에서 볼 수 있는 환상과 전설

그리고 단순화된 형태와 기하학적인 구성은

오늘날 루소를 환상적인 회화의 천재,

초현실주의 또는 입체파의 선구자적인 존재로까지 평가받게 한다

The Dream   1910

루소의 마지막 작품... 이 그림의 중앙에도 '뱀을 부리는 검은 여인'이 피리를 불고 있다

이 그림도 왜 밀림화에

16세기 티티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와 같은 포즈의 누드를 그렸을까...

 

그러니까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으로ㅡ

이제는 

그림에 관한 상식이나 지식에 의한 '이해'의 단계가 아닌 

그림을 보며 '자신만의 주관적인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나만의 상상력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는 것이다 

누구 처럼....            

 

 

참고및 인용

 

1. 오르세 미술관展 / 인상주의, 그 빛을 넘어 ㅣ 국립 중앙박물관

2. 인생 그림 앞에 서다 ㅣ 이몀옥 ㅣ 21세기북스

3. 서양미술의 섹슈얼리티 ㅣ 에드워드 루시ㅡ스미스 지음 ㅣ 이하림 옮김 ㅣ 시공사

4. 미술사를 움직인 100인 ㅣ 김영은 엮음 ㅣ 청아 출판사 

5..http://www.nancyshahani.com/professor/student_work/essays/bienna.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