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겉핥기로 읽다

피카소ㅡ詩를 쓰는 '미노타우로스'

J cash 2014. 6. 15. 07:33

 

 

"Minotaur kneeling over sleeping girl"   (1933 Vollard Suite)

 

 

마녀가 나체로 익어가는

불붙은 장작에서

나는 즐겼다

오늘 오후의

입술 끝으로

내 손톱으로

모든 화염에 휩싸인

피부를

천천히 벗겨가며

새벽 한시 오분

그리고 조금 시간이 흐른

지금 세시 십분 전에

내 손가락들은 아직도

따끈한 빵과 꿀과 재스민들의

감미로움을 느낀다

 

피카소( 1881 ~ 1973)가 쓴 '1940년 11월 5일 화요일'이라는 詩이다

 

20세기 미술을 지배하고 神이 된 피카소....

그의 나이 54세부터

자기 속에 '잠들어 있던 수백편의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피카소의 詩를 읽으면서...

나는 詩를 즐겨 읽는 사람이

당연...아니기때문에

詩格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피카소의 詩들 중에서

어려운 비유나 은유..어렵게 맞춰서

풀어야하는  퍼즐이 없는

이런 쉬운 詩가 좋다

왜 '魔女'의 火刑인지..깊은 뜻은 모르겠다

그냥.. 내 수준에 맞게..' 마녀가 나체로...'를

'美女가 나체로...'라고 읽는다

 

그림도

어려운 것  보다

쉽게 스토리를 상상할 수 있는 그림들이

더 다가오는 것처럼...

나이를 먹어가며 뇌세포가 줄어들기 때문인지

단순한 것을 좋아하게 된다

 

이 詩는

글로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또 다른 피카소의 모습을 보여 준다

ㅡ자신을 미노타우로스와 동일시하고

미노타우로스처럼 숱한 여인들을

잡아먹고.. 버린

피카소의 왕성한 libido를...

ㅡ버려진 여인의 황페해진 삶과 죽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그러드는 나른한 쾌감의 끝까지 즐기는

'나쁜 남자'의 모습을...

 

숱한 여성들이 끊임없이

몸을 던져...불붙은 장작위에서 나체로 익어가며...

피카소와 열정을 불사르고...

시간이 흐른 후...

피카소의 손가락들은

따끈한 빵과 꿀과 재스민의 감미로움을 느끼며...

그 손가락으로

새로운 예술의 神話를 창조한다

 

예술을 빙자하여 여성을 '소비재'로 탐 했는지,

아니면

여성편력이 정말로

피카소의 위대한 예술을 창조한 것인지...

나같은 小心  A형 모범생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냥... 피카소는 위대하고  

그의 '예술을 위한 모든 행위는 無罪다'라고나 해야지.. 

 

( 위대한 화가들은 글도 잘 쓴다는 것이

그동안 미술관련 블로깅을 하며 느낀 것이다...

ㅡ반 고흐도 책벌레였고..

정물화중 책을 주제로 그린 그림들이 다수있다 

아를의 '노란 집'에서 잠시 같이 지낸 고갱이

고흐의 어마어마한 독서량에 놀랐다는 기록도 있다

ㅡ에드바르 뭉크는 화가가 아니라면 문학가가 되었을 정도의

수려한 문장으로

그의 내면의 흐름을 기록하였다 )

 

피카소에게도 글쓰기는 임시로 가져본 취미가 아니라

열정을 다 바친 하나의 활동이었다

 

피카소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화가라는 틀은 내게 너무 작다

그러나 사람들은 나를 그저 화가로 알아줄 뿐이다.

안타깝지만 어쩌겠는가"

 

"단어로 그림을 쓸 수 있고 시에 느낌을 그려 낼 수도 있으니

어쨌거나 모든 예술은 하나다"

 

시집을 출간하여 시인으로서 재능을 인정받은 후에는

다음과 같이 냉소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남들이 마치 내가 진짜 작가라도 된 것처럼

진지하게 대해준다는 사실이 우스울 따름이다...

그래도 사람들이 나를

다른 작가들과 같은 진짜 작가라고 믿어주면 좋겠다"

 

 

 

 Minotaur with a Young Woman (1933 Vollard Suite)

 피카소가 46세에 만난

그의 공개적으로 알려진 여인중  4번째인

17살의 마리 테레즈 발터와 동거시기에 그린것

마리 테레즈는 딸 마야까지 낳았으나 피카소는 떠난다

그녀는 평생을 피카소 주변을 겉돌다가.. 피카소 사망 4년후 자살한다

 

 

여인을 납치하는 미노타우로스  (1933.6.28 Vollard Suite)

Vollard Suite는  미술판매상인 Ambroise Vollard가 주문하여 만든

100점의 etching화로서 총 230셋트를 제작하였다)

...

..

.

 

 

 http://blog.daum.net/chungks48/112

http://blog.daum.net/chungks48/62

http://blog.daum.net/chungks48/94

http://blog.daum.net/chungks48/90

http://blog.daum.net/chungks48/95

 

 

참고 및 인용 

 

1. 피카소 시집 ㅣ 앙드롤라 마카엘 해설 ㅣ 서승석, 하지은 옮김 ㅣ 문학세계사

2. 서양미술의 섹슈얼리티 ㅣ 에드워드 루시ㅡ스미스 지음 ㅣ 이하림 옮김 ㅣ 시공사

3. http://www.martinries.com/article1972-73PP.htm

4. 인생, 그림 앞에 서다 ㅣ 이명옥 지음 ㅣ21세기북스

5. 고흐 고갱 그리고 옐로하우스 ㅣ마틴 게이포드 지음 ㅣ 김민아 옮김 ㅣ 안그라픽스

6. 뭉크, 추방된 영혼의 기록 ㅣ 이리스 뮐러 베스트르만 지음 ㅣ 홍주연 옮김 ㅣ 예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