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겉핥기로 읽다

Vilhelm Hammershoiㅡ The Poetry of Silence

J cash 2014. 8. 16. 00:36

'Interior With Piano and Woman in Black (Strandgade 30)' 1901  

함메르쇼이는 주로 회색과 청색을 사용하여

인물화와 실내그림들을 그리는데

가장 많이 그린 그림은 뒤돌아 서 있는 여성그림이다

그녀는 마치 가구의 한 부분인 것처럼  생각에 잠겨서 서 있다

분명히 이 여인은 그의 부인 Ida이다 

그의 그림들은 색의 절제된 사용으로 인해 평온하고 고요하다

 

 

여기..미술블로그를 하기전에는

내가 미술에 대해 상당히 많이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블로그에 글을 엮어 올리는 횟 수 가 늘어 갈 수록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느 분의 블로그를 방문하여

우연히 발견한 '빌헬름 함메르쇼이(1864~1916)'ㅡ

단순하고 차분하면서도 시적인 그림들 속으로 

나를 단숨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적인 이 화가를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부끄럽다

왜냐하면...

미술분야에서 만큼은 강박적으로.. 모르는 것이 있으면 부끄럽고

우물안 개구리처럼 다 잘 아는 듯이...아는 체 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고독과  빛의 화가' 빌헬름 함메르쇼이....덴마크의 베르메르라고 불리운다

주로 뒷 모습의 여인을 많이 그리기 때문에

한 캔바스의 서로 다른면을... 한 면은 모델의 앞에서 베르메르가, 다른 면은

모델의 뒤에서 함메르쇼이가 그린 것 같기도 하다는 말이 있다

 

Vermeer                                                  Hammershoi

 

 Vemeer      Woman reading a letter 1662~3

 

Hammershoi / Woman Reading (Strandgade 30), 1908

 

베르메르( 1632? ~1675  )의 작품은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이 40여점에 불과하지만

빛을 능숙하게 다루는 베르메르의 화법은

빛과 색채의 순간적인 변화를 포착하려는  인상파화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시대의 어떠한 화파에도 속하지않으면서 자신의 그림을 그린 함메르쇼이도 

베르메르의 영향을 받았음을 인정했다

실내에 비치는 빛을 단색조의 차분한 색들로 처리한 함메르쇼이의 그림은

보는이에게 '고요와 정적, 묘한 신비감'까지 느끼게 한다

주로 실내, 인물화, 살던 마을의 건물과 야외풍경등을 그렸는데

코펜하겐 의 Strandgade 30과 25에서 십여년간

아내 Ida와 함께 살던 집의 내부를 60여점이상 그렸다

Ida는 그의 실내그림에서 뒷모습으로 자주 등장한다

관람자로 부터 시선을 돌린 그의 독특한 뒷 모습 그림들은 

정적함속에서 다소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그는 자주 유럽을 여행하였으며

특히 런던, 안개와 석탄연기가 자욱하게 오염된, 런던의 풍경을

단순한 색상으로 차분하게 그렸다

그의 풍경화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거나 약간의 나무가 있는.. 텅 빈 그림들이라

어떻게 보면 이 시대의 현대화같은 느낌도 든다

그는 자연 자체보다는 분위기( tone)를.. 단순화된 절제된 톤으로 그렸다고 볼 수 있다

회색과 약간의 노란색, 녹색, 또는 다른 어두운 색조의 색들로 제한된 색들을 쓰면서

밝은 색을 사용하는 것을 가급적 억제한다

 

 

Portrait of a Young Girl, 1885, Vilhelm Hammershoi (his sister)

 

21세에 이미 덴마크 왕립 미술 아카데미에서 주관하는 전시회에

그의 여동생을 그린 그림을 출품하여 명성을 얻지마는

그의 독특한 가라앉은 색상과  불명확한 원근법적 구도에 대해서는 논란도 많았다

자주 그린 아내 Ida의 뒷 모습처럼

그의 인물화는 모델 그자체의 특정 개인(person)을 그린 것이라기 보다는 

모델의 모습( figure)을 그린 셈이다  

이처럼 그의 그림은 단순화와 추상성의 느낌을 강하게 풍기며

그림에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하였다
일상생활의 평범함을 단순하고 멜랑콜릭하게 그린 함메르쇼이는

그 자신도 

세상과 등진, 단순하고 조용한..고독한 삶을 살면서도 

스칸디나비아의 가장 유명한 화가중 한 사람이 되었다

일생동안 초기작이나 말년작이나 소재와 화풍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도 그의 특징중 하나이다

평생 370여점의 작품을 남겼으며 그의 화풍은 후에 19세기에서 20세기로 바뀌며

상징주의로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Le Repos /1900

감상하는 관점에 따라...뒷 모습의 목덜미는

매우 관능적일 수 도 있다는 점에서

여성의 뒷 모습에 집착하여 그리는 것은 일종의 성적 집착 (fetish)일 수 도 있다

Vilhelm Hammershøi

함메르쇼이의 그림의 특징은 구도와 주제의 단순함이다

 그의 그림은 '침묵의 시'(The Poetry of Silence)라고도 표현된다

 

Hammershoi는 실내그림뿐만 아니라 풍경, 초상, 누드등에서도

조용하고 중립적인 색들을 주로 사용하였으며 

일견해서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스타일로 느껴지는 그의 그림들은

베르메르와 에드워드 호퍼를 섞어놓은 듯하다

 

에드워드 호퍼(1882~1967)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빛의 효과'와 '실내의 구도'는 

그가 유럽여행에서 베르메르의 그림들을  접하고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하게 한다

함메르쇼이의 그림과도 유사한 것으로 보아

그 당시 뉴욕에서 전시되고 호평을 받았던 함메르쇼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에드워드 호퍼와 함메르쇼이는

단순한 공간에서의 '빛과 그림자'를 강조하며

어떤 생각에 몰두하고 있는 듯한 홀로있는 사람을 그림으로서

보는 이에게 스토리를 상상하게 만드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호퍼와 함메르쇼이의 세계는 전혀 다르다

호퍼는 20세기의 미국적 헐리우드풍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가이고

함메르쇼이는 빅토리안 실내공간에 무표정으로 홀로 있는 여성을 주로 그렸다 

함메르쇼이의 그림은 전통적 19세기의 현실을 그렸지만, 분명히 모던한 느낌을 주며

동시대의 사실화풍의 그림들과도 동떨어져있고 오히려

그들의 주제에대한 비판적 소견을 보여 준다 

뉴욕에서의 함메르쇼이 전시회 당시(1912년)의 뉴욕Times 기자는 

함메르쇼이의 그림을

“아직 50이 안된나이에 어떤 학파에도 속하지 않고 과거로 부터의 어떠한 계승도 없이 

덴마크 미술계에서 독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평하였다 

 

Vilhelm Hammershoi/ 1898

 

Edward Hopper   / Morning Sun m 1952

 

Vilhelm Hammershøi

창문을 통해 자연이나 풍경을 포착하는 것은

인간이 자연에 대해 느끼는 소외감을 표현하려한 것이라고도 한다

 

 

나의 그림그리는 취미로서...그림 그리는 손 기술의 부족을

'자연을 매개로 그리기는 하지만 대상의 사실적 재현이 아닌

무엇을 그린 것인지는 알 수 없어도

전체적인 그림의  분위기가 아름답게 느껴지면 된다는...

그래서 나의 그림은 내면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붓이가는대로 그린  

추상적인 그림이다'라는

궤변과 같은 우스개소리를 하였지마는

미국의 위대한 화가 에드워드 호퍼가 ...딱 내 마음에드는 말을 하였다

 

에드워드 호퍼는

'나에게 형태와 색채,윤곽은

목적을 달성하기위한 수단이며 작업을 위한 방편이지

그 자체로 중요하지 않다

내가 그림을 그리면서 추구하는 목표는

어떤 오브제와 대면했을 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순간, 나의 내면에서 이는 반응을 화폭위에 그리는 일이다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표현해내는 중심축은 바로 자기자신이다

바로 예술가의 자아와 인성이 작품세계의 중심을 이루는 것이다

방법이나 주제는 바뀌더라도

예술가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였다.....

 

Edward Hopper    /   Reclining Nude   1924~1927

호퍼는 주로 풍경과 도시를 그렸지만,

관음성이 농후한 누드화도 많이 그렸다

'누워있는 누드'에서 쿠션에 묻혀 있는 여성을 재현하여

여성의 성적 욕망을 표현해 냈다

 

Edward Hopper   /  Morning in a City

Hammershoi  /   Nude Figure / 1909 

 

Vilhelm Hammershoi,          

Sunbeams, or Sunshine dust motes dancing in the sunbeams, 1900

창문을 통해서 쏟아지는 빛으로

깊이감과 공간감을 표현하여 극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Edward Hopper  / Sun in an empty room / 1963

 

명상하는사람의 뒷 모습을 그린 그림들(Rückenfigur)은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1774~1840)로 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Caspar David Friedrich   /  Wanderer above the Sea of Fog / 1818

한 남자가 안개에 잠겨있는 산을 바라보고 있는

뒷모습을 그린  이 그림은

광활한 대자연을 홀로 마주보고 선 고독한 인간의 존재,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드러나 있다

 

독일 낭만주의회화를 대표하는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는

화필을 든 신비주의자라고 불리운다

뭉크처럼 어린 시절에 가족의 죽음을 연이어 경험한 후

우울증에 시달렸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프리드리히는 주제에 필요하지 않은 풍경은 과감히 생략하고

화폭의 많은 부분을 빈 공간으로 남겨둠으로서 무한한 공간감을 만들어 낸다

우울하고 고독한 한편, 신비롭고, 영적이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인간존재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프리드리히는 예술의 영적인 능력을 믿었다

 

 

Caspar David Friedrich  / Woman at a Window /1822

뒤 돌아 서서 창밖의 항구와 푸른 하늘을 보고있는 여인을 그렸다

창밖의 배의 돛대가 보이는 것이

일상의 평범함을 떠나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서

자신을 초월하고 싶은 여성의 욕망을 그린 것인가...?

 

 

Vilhelm Hammershoi  / Bedroom  /  1890

함메르쇼이의 이 그림보다 약 70년전에 그린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윗 그림을 보면

구도가 거의 유사하다

 

Salvador Dali  /  Girl Standing at the Window  /   1925

 

Edvard Munch / Young woman on the shore / 1896

 

 

 

함메르쇼이의 풍경화들....

 

나는

단색조의 고요한 함메르쇼이의 풍경화를 보면 

자연에 내재하는 영적 분위기가 전달되는 것 같다

요즈음 simple living을 하고싶은

나의 마음때문에

함메르쇼이의 이러한 그림들이 더.. 깊히 다가 온다ㅡ

 

Christiansborg Castle 1907

A Forest Landscape 1893

 Summer Landscape from Virum near Frederiksdal

Street in London

Petri Kirke  1906

 

 

참고 및 인용

 

1. Wikipedia ㅡVilhelm Hammershoi (http://en.wikipedia.org/wiki/Vilhelm_Hammersh%C3%B8i)

2. 에드워드 호퍼, 빛을 그린 사실주의화가 ㅣ 게일 레빈 지음 ㅣ 최일성 옮김 ㅣ 을유문화사

3. 에드워드 호퍼 ㅣ 롤프 귄터 레너 지음 ㅣ 정재곤 옮김 ㅣ 마로니에 북스

4. 베르메르, 매혹의 비밀을 풀다 ㅣ 고바야시 요리코, 구치키 유리코 지음 ㅣ최재혁 옮김 ㅣ 돌베게

5. 얀 베르메르 ㅣ 노르베르트 슈나이더 지음 ㅣ 정재곤 옮김 ㅣ 마로니에 북스

6.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 ㅣ 노르베르트 볼프 지음 ㅣ 이영주 옮김 ㅣ 마로니에 북스

7. http://www.musee-orsay.fr/en/collections/works-in-focus/painting/commentaire_id/rest-8943.html?tx_

8. http://www.theguardiancom/artanddesign/gallery/2008/jun/25/art.denm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