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Studies for a Self-Portrait 1979 - 1980 Francis Bacon
화가는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위해 그린다고 하지만
화가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고뇌등을 다른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싶어서....
'눈에 보이는 작품'이라는 '조형언어'로
기쁨, 슬픔, 분노, 두려움..등의 삶의 온갖 이야기를
관람자에게 전달하고 싶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단순히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떠나서
삶의 고통을
가장 극렬히 전달하는 화가들 중에는
현대미술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인상파이후로
반 고흐 > 에드바르 뭉크 > 프랜시스 베이컨이
한줄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고흐는
초기에 어두운 색채로 대중의 삶을 투박하게 표현했으나
파리시절, 순간적인 빛의 상태를 밝은 색채로 그리는 인상파의 영향으로
불타는 '고흐만의 색채'로 바뀌는데,
인상파의 그림에서 감정의 표현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고흐는
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대신
그의 마음이 느끼는대로 형태나 색채를 과장하였다
무명의 화가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도 인정받지 못했지만,
후대의 화가들에는 큰 영향력을 미쳤다
에드바르 뭉크 1893 '절규'
고흐 사망 3년이 되지 않아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1863~1944)가 1893년에 '절규'를 발표한다
내면의 감정을 그리고 싶어 했던 뭉크는
1880년대 후반에 찾은 파리에서 고흐의 작품을 만나며 영향을 받는다
'절규'에서 뭉크는 이미지를 왜곡하는 고흐의 방법을 흉내 낸 것이다
그림 '절규'에 서려 있는 두려움, 공포감이 얽힌 얼굴표정은
인간이 느끼는 절망감을 연상시키는데
이처럼 내면의 깊은 감정을 전달하려 한 결과
'표현주의'라는 미술사적용어가 시작되는 '뭉크의 그림'들이 탄생한다
van Gogh (1888 ) Painter on the Road to Tarascon
영국의 프랜시스베이컨(1909~1992)도 고흐에게 굉장한 관심을 보였다
1956~7년에 고흐의 1888년작 '타라스콘으로 향하는 화가'를 토대로한 연작을 그렸고
1885년에 '반 고흐에게 바치는 경의'라는 그림을 그린다
'타라스콘으로 향하는 화가'라는 그림은
고흐의 특징적인 표현주의적 화퐁과 다채로운 색감으로,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불운한 천재, 결국 예술때문에 순교하는 고흐가
외롭게 화구를 질머지고 홀로 걸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Bacon's van Gogh Series... >
Stustudy for a Portrait of Van Gogh 1957
프랜시스 베이컨은 '반 고흐는 나의 영웅이다
거리를 헤매는 이 불안한 인물은 내게 완벽해 보였다
고흐의 이 모습은 거리의 유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고 말한다
Homage to Van Gogh1985 1889 Homage to Van Gogh, Arles
프랜시스베이컨 (October 28, 1909, Dublin - April 28, 1992, Madrid)
20세기의 화가중 프란시스 베이컨은 관람자를 '가장 당황시키는 작가'중 한명이다
ㅡ프랑스의 인류학자인 미셸 레리는 베이컨을 작품의 독창성으로만 평가한다면
어느 화파에도 속하지않은 게릴라라고 할 수 있다고 했고,
ㅡ작가 다니엘 파슨은 베이컨을 아주 괴팍한 사람이며 매력적이고 무자비하다고 말했다
ㅡ동료화가 클라크는 '내가 아는한 가장 철저한 불량배였다고 했고...
ㅡ베이컨 자신도 "내가 죽으면, 나를 비닐봉지에 넣어 시궁창에 던져라"라고 말했지만
ㅡ베이컨이 죽을 때 모든것을 상속받은 젊은 게이 파트너 에드워즈는
'베이컨이 아무리 술을 많이 먹고 잠들었어도 다음날 일찍 일어나 작업에 열중했다"고 말한다
베이컨은 팔렛트를 쓰는 대신
판지든, 그릇이든, 접시든 또는 작업실의 벽면이든 눈에 띄는모든 것에 물감을 섞었다
벽면의 물감섞은 칠들은 상설전시되어 있으며
베이컨이 '나의 유일한 추상작품'이라 하였다
40세 연하 John Edwards와...
Study for Portrait of John Edwards By Francis Bacon
아들뻘 나이의 존 에드워즈는 베이컨의 마지막 동성애 파트너였으며
베이컨이 죽은 후 모든 유산을 물려 받느다
에드워즈는 30점이 넘는 그림의 모델이었다
Three Studies for Figures at the Base of a Crucifixion 1944
고대 그리스 극작가 아이스 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에 등장하는
복수의 여신 퓨리스(에리니에스)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이 그림은
베이컨의 첫번째 세폭화이며 화가가 되겠다는 목표가 뚜렷해지던 해에 그린 작품이다
이 그림으로 부터 베이컨의 화가로서의 명성이 높아지기 시작한다
Three Studies for a Crucifixion, Francis Bacon, 1962
Francis Bacon이 그린 "Three Studies of Lucian Freud" 1969.
(2013년 크리스티 $142,405,000 ㅡ크리스티 경매 최고가 기록)
16세에 어머니의 속옷을 입고있는 것을 아버지에게 들켜서 쫒겨난후
파리와 베르린에서 여러 직업과 '사깃꾼'으로 퇴폐적인 삶을 살았던것을 감추지 않았으며
파리에서 1928년 숙명적으로 피카소의 그림과
푸생의 '무고한 어린이의 학살'을 만난후 화가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동성애를 숨긴적이 없었고, 동성애는 그의 작품의 주제이기도 했다
정규교육은 못 받았으나 철학자 베이컨의 후손답게 문학, 시, 사진, 예술등에 폭 넓은 지식을 습득했고,
ㅡ그 지식에서 끌어낸 생각, 개념, 이미지등이 그의 작품의 밑바탕이 되었다한다
ㅡ티에스 엘리엇의 시가 자신의 작품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도 했으며
실제로 엘리엇의 시 '황무지'를 주제로한 '황무지의 한부분'을 1982년에 그린다
ㅡ그의 지저분한 작업실에는 어마어마한 자료들이 널부러져있었고,
ㅡ40대초에는 잠시 왕립 미술학교에서 강의한 경력도 있다
주로 초상화와 인간형상에만 몰두하며, 실제보다는 사진을 보며 작품제작을 하였고
동성애인과 지인들인 모델들, 고전적 거장들의 회화에서 찾은 주제들을
외계인으로 보일만큼의 끔찍한 형태로 표현하여 관람자를 충격에 빠트리며
공포, 비명, 분노, 타락등의 악몽과 같은 이미지를 강렬하고 괴기하게 묘사했다
ㅡ '벨라스케스의 교황 인노첸시오 10세 초상에서 출발한 습작' 은
그가 살면서 느끼는 극심한 고통을 생생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ㅡ그의 모델이며 게이파트너였던 조지 다이어 등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을 통해 불안과 소외를 표현했다
ㅡ이러한 느낌은 밀실같은 배경속에 주인공을 등장시킴으로서 더욱 강조된다
인간을 가두고 비틀며 망가뜨리는 파괴력앞에 무방비상태로 놓여 찢기고 탈골된 현대인을
고통스러운 시각으로 표현하였다
'The Screaming Pope'
벨라스케스의 '교황 인노켄티우스 10세'를 1953년 모방 습작한 작품
Photograph of George Dyer
Portrait of George Dyer Talking 1966
베이컨의 집에 좀도독으로 들어왔다가 만나서 동성애 파트너가 된 조지 다이어는 1964년부터
수년간 베이컨의 사랑을 받았다
베이컨은 수줍음과 불안정이 결합된 다이어의 거친 남성성에 매료되었다한다
조지 다이어는 1971년 파리 그랑팔레에서의 대규모 전시가 열리기 이틀전
베이컨과 같이 쓰던 호텔방에서 37세로 자살한다
베이컨의 작품이 20세기 미술에서 점점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까닭은 ,
이처럼 겉으로 들어난 형태나 구체적인 실제상황의 재현과는 관계가 없이
실제 체험에 근거를 둔 삶의 현실이
그의 그림에서 형태로 물질화되어 예술적 현실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을 통해 현대인은
폭력과 불안, 성스러움에 대한 두려움, 욕망, 절망, 광란,사랑의 갈구,
인간내부에 존재하는 비천함등과 마주하게 되며,
인간적이라기보다 동물적인 외침에 가까운 비명을 듣는듯하다
즉
베이컨은 이러한 비명을
'물질화'한 것이다
베이컨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매우 그로테스크하다
동물을 연상시키는 이 인물들의 묘사는 전적으로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육체의 성적인 측면과 뻔뻔스러운 동물성을 나타내는 것인가...
마가렛 대처 영국총리가 끔찍한 그림을 그린 작가라고 그를 외면하자
베이컨은 정말 무서운 것은 자신의 그림이 아닌
바로 대처같은 정치가들이 만든 세상이라고 반박하는데...
그의 그림은 2차세계대전이후의 인간정신의 파괴, 부패를 metaphore한 것이라고도 평가된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드러내는 이러한 것들은
결국
'실존의 비극' ㅡ살아가는 것 자체의 비극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Blue period: Francis Bacon’s Man in Blue VI
호텔에서 만난 모르는 남자를 그렸다
유리를 낌으로서 그림에 비치는 관람객들의 모습이
유리에 반사하는 이미지라는 방해요소로 작용하게하여
의도적으로 그림의 우연한 표현도구의 일부가 된다는 것...
Two Figures 1953 Francis Bacon
흐릿한 얼굴의 벌거벗은 두 사람이 레슬링하듯 겹쳐서 누워있다
사진작가 머이브리지(1830~1904)의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작품에서 모방한 이 그림은
베이컨이 동성애자임을 거침없이 공개한 그림이며
어두운 방을 배경으로 한 섹슈얼리티와 폭력의 결합, 육체의 야만성등을 보여준다
머이브리지의 사진 '움직이는 사람'
Francis Bacon Paralytic Child Walking on All Fours (1961)
이 그림도 머이브리지의 1887년사진을 보고 그린 것..
진중권의 책 '미학오디세이'에서 아래와 같이 요약, 인용해본다
"베이컨은 인간의 신체를 난도질하여 푸줏간의 고깃덩어리로 끌어 내린다
이때 인간은 한 마리의 동물로 전락하게 된다
이것은 현실의 폭력이 아니라 회화의 폭력이다
폭력의 재현(representation)이 아니라 원본적 폭력,
즉 예술을 통해 비로소 존재한 폭력의 현시 (presentation)이다
난자당한 형체는 사람도 동물도 아니다. 그저 끔찍한 물감 덩어리일 뿐이다
베이컨은 아무것도 재현하지 않은 그 색덩어리로 재현(닮음)" 과 "서사(연관)"이라는
구상회화의 두 원리를 무너트린다
그래서 그는 시각적 아름다움을 포기하고, 구상과 추상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며
저 잔혹한 형과 색의 폭력을 휘둘러 몸을 자극하려한다
ㅡ근대 철학은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 규정했다
거기서 이성을 빼면 감각이 남는다. 감각의 주제로서 인간은 동물과 다름없다
베이컨의 작품에서 종종 인간은 동물과 하나가 된다
소년은 개처럼 기어다니고, 여인의 입에서는 맷돼지의 어금니가 자라고, 투우사는 소와 한 몸이 된다
심지어 베이컨은 푸줏간에 걸린 고기를 보며 '거기에 걸려있는 것이 왜 내가 아닌가?하며 당혹해했다
ㅡ베이컨의 회화는 지각이 아니라 감각을 표현한다
가시적 대상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기를 가시화한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뚜렸한 윤곽을 가지는 형상을 보여줄때 이것을 '현실' 이라하지만
열감지사진으로 찍으면 뭉클뭉클한 비정형 에너지덩어리를 보여줄 것이다
이것이 베이컨이 드러내려했던 또 다른 현실이다
ㅡ이 원초적 신체를 '들뢰즈'는 '기관없는 신체'라 부른다
그 신체의 모습을 보려면 기관의 구별이 사라진 베이컨의 '형체'를 보라...."
Francis Bacon, Painting (1946)
십자가에 매달린 동물시체...
Francis Bacon, Self-Portrait (1973)
작품만큼이나 기괴한 삶을 산 것으로 유명한 그는
화가로서의 엄청난 성공과 함께
문란하고 방탕한 생활, 알콜중독과 약물남용등으로 점철된 인생이었다
1992년 베이컨이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또 다른 게이 파트너를 만나러 가서
폐렴과 천식발작으로 죽은 후
영국의 미술평론가이며 베이컨의 친구였던 데이비드 실베스터는
"베이컨의 자질이란 자신에 대한 솔직함, 비극과 희극에 대한 한결같은 생각, 쾌락욕구, 괴팍함,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베푸는 행동, 무엇보다고 그의 용기일 것이다
고집불통이고 화를 잘 내며 철없이 구는 단점은 있었으나 , 친절하고 관대했으며 성공에 자만하지 않고,
고의로 무례하게 행동한 적도 없다"라고 인디펜던트지에 기고했다.....
나에게는
한동안 그의 '나쁜 남자'로서의 이미지와 끔찍한 그림들로 인해서
비호감작가로 분류되어 있었는데
이번 글을 쓰면서 비호감이 호감쪽으로 바뀌는 것 같다
'실존의 비극'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괴팍한 삶을 살다가 간 그에게
연민을 느낀다
프랜시스 베이컨...
그래도
그는
"나는 사랑받기 위해 그렸다"는 말을 남겼다...
<나의 친구 '기사'의 글...>
냉혹, 잔인, 퇴페, 허무..이런것들이..
암울한 시대에는 인간에게 더 큰 위안을 주고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다
현실보다 더 참혹한 것에서 위안을 느끼는 인간의 본성
나는 아니라는 자위가 그러한 위안을 주는 것일 수 도....
세상이 점점 암울해지니 밝고 찬란했던 태양은 고흐와 함께 사라지고
암울한 검은 태양만 떠오르고 있다...
.....
...
.
<<<덧붙임>>>
<Last Tango in Paris 1973>
1971년 파리 그랑팔레에서 프란시스 베이컨의 대규모 전시회가 있었다
베르톨루치 감독은
그곳에서 영화의 영감을 얻어 파격적인 섹슈얼리티를 다룬
'Last Tango in Paris'를 제작하는데..
이 영화의 오프닝 크레딧에 베이컨의 그림 두 점을 등장시키면서
아내의 자살로 고통스러워하는 폴( 말론 브란도)로 하여금
베이컨의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강박적인 인물로 만들고,
내면에서 나오는 무언가에 먹히는 얼굴표정으로 베이컨의초상화 인물들에서 나타나는
동물적인 날 것의, 파괴적이며 공허한 섹슈얼리티를 연기하도록 한다
폴이 행하는 파괴적인 방식의 섹스는
섹스를 해방과 쾌락으로 여긴 잔느에게는 폭력으로 가해진 것이며
결국 폴은 잔느가 쏜 총을 맞고 발코니에서 태아처럼 웅크리고 죽어간다
(처음 올렸던 '참고 6 동영상 영화'를 내리고 사진으로 대신한다)
참고및 인용
1.프랜시스 베이컨 ㅣ 루이지 피카치 지음 ㅣ 양영란 역 ㅣ 마로니에북스 TASCHEN
2.Francis Bacon l 안나 마리아 빌란트 지음 ㅣ 이수연 역 ㅣ 예경
3.미학 오디세이 3 ㅣ 진중권 ㅣ Humanist
4.발칙한 현대 미술사 ㅣ 윌 곰퍼츠 지음 ㅣ 김세진 역 ㅣ RHK
5.감각의 논리 ㅣ 질 들뢰즈 ㅣ 하태환 옮김 ㅣ 민음사
6. http://blog.daum.net/melanie/929
7..http://youtu.be/wSatYrfTkQc
8. http://www.alexalienart.com/portraits.htm
9. http://www.francis-bacon.com/
'그림, 겉핥기로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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