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5.19 에베소 유적지에서
군대에서 쫄병이 첫 휴가를 보내고
무거운 마음으로 귀대하듯이...
꿈속에서 지낸것 같은 11박12일간의 성지순례여정을 마치고 돌아온지 3일이 지나도록
현실세계로 돌아오지를 못하고 무기력하게 지내고 있다
귀국해보니 요즘 서울 날씨가 유독 덥기도하고..
누구 말대로 비가 안와서 봄이 너무 성마르고 까칠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일단 덮어두고 떠났던 일상의 일들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싫기 때문인지...
단순히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느끼는 여독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
"형편에 만족하고 맞춰서 살아야지..." 또는
"이제는 내가 뭐가 되야 겠다는 야망이 없기 때문에, 버렸기 때문에...
'젊은이들'보다 우리같은 '늘그니들'이 스트레스 지수가 낮다.." 라고 말은 하면서도
먹고 살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하고 싶은 것들만 하며 살 수 있는 현실이 아님을 자각하기 때문일 것 이다
2015.5.20 이스탄불 소피아 성당내
이번 여행은 지도신부이신 당고개성지의 권철호 신부님과 함께
아드리아해, 발칸, 에게해의 여러 도시들을 크루즈로 항해하면서
순교자나 성인들의 유해가 안치된 성역에 방문하여 매일미사를 드리는 뜻깊은 순례여행이었다
방문한 곳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브라노,베로나, 바리, 파도바,라벤나, 볼로냐 ,
그리스의 카타클론, 터키의 이즈미르, 이스탄불,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등이다
크루즈는 이제는 여유있는 부자들의 여행이 아니라
평생을 범생으로 산 '평범한 늘그니'들의 여행인데...
이번에 같이 간 일행들중 일부는
5년전에 바르셀로나에서 로마까지의 서부 지중해 크루즈를 같이 했었고
이번에는 동부 지중해 여행을 같이 한 셈이다
2015.5.24 이탈리아 볼로냐 광장에서..
광장의 포세이돈 동상을 바라보며 걸어서 그런가..? 걷는 폼이 늠름해 보인다....ㅎ
포세이돈 동상
2015.5.21 일출
크루즈여행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일출을 바라보며 선상 갑판에서
신선한 새벽녘 바닷바람을 가르며 조깅겸 걷기를 하는 것이다
( 윗 사진은 갑판청소를 하며 잠시 일출을 바라보고 있는 청소부를 찍은 것..
막대걸레를 붙잡고 있지만..삼지창을 쥐고 바다를 바라보는 포세이돈처럼도 보인다...)
나의 친구 글쟁이 '로기'가
여행중인 나에게 다음 글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소나기 뿌리고 지나가는 낯선 도시
그 것이 오사카의 선플라워 떠나는 곳이어도 좋다
스톡홀름에서 헬싱키로 떠나는 페리의 터미날이어도 좋다
부산을 떠난 페리가 도착하는 후쿠오카 종점이어도 좋다
네가 탄 크루즈가 정박할 이스탄불 부두여도 좋다
슽한 사연들을 가슴에 묻은 채 갈매기들이 허공을 가르고 날아 다닐 것이다
어차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떠난 여행이지만
별을 노래하며 한점 부끄럼 없이 죽어 간
젊은 시인의 가슴이 이토록 시릴까?
쇼 윈도우에 까실한 두 볼을 부풀려 보며
뜻없는 미소를 지어본다
아드리아해의 푸른 물살을 가르고 하얀 회벽의 수면에 입맞추는 J 야
어디가면 잃어버린 이름을 찾을 수 있을까?
자유롭고저, 별이 되고저 먼저 간 영혼들
그들과 서러운 얘기, 재미난 얘기 나눌 수 있을까?
포물선으로 완숙한 원을 그리며 자유롭게 날아 오르는 광장의 비둘기들
두터운 담장이 덩쿨 갑옷의 붉은 벽돌담 너머로
온 몸을 흔들며 손짓으로 부르고 싶은 그리운 이름들
낯선 도시에 소나기 뿌리고 지나간 이끼색의 오후에는 누구던 와락 안고
사랑해..하고 싶다
가까은 까페 유리창너머 둥근 테이블에
작은 장미 다발이 놓여 있다면
낯선 도시의 오후는 그래도 조금은 나에게 친절할 텐데..."
고수의 윗 글을 받고 답글을 올렸다
" 배위에서 맞이하는 아침과 밤
아침도 신선 생경하지만 저녁은 더욱 그러하다
밤이란...
사람의 정서를 묘하게 끌어 올리거나
혹은 가라앉히거나
울이나 조증에 들어서게 한다
태양으로 아침이 시작되고 태양으로 밤이 시작되곤 하지
그 단순한 사실이 절절이 체감되는 곳
바로 배다
아니 여행이라는 길에 선 탓이 겠지
바다 속으로 풍덩 저물어 가는 해
아주 잠시지만
밤도 낮도 아닌 가수면의 상태가 바다위에 펼쳐진다
나는 사람이 가끔
생활과 괴리된 순간이 다가온다고 생각한다
그런 시간을 자주 많이 유지하는 사람들이
작가나 화가 아닐까
나야 그러질 못하니 이런 밤도 낮도 아닌 짧은 시간, 일몰의 시간에
우주를
삶을
모래알갱이 한알 같은 나를 바라보게
바다가 내게 시선 하나를 안겨준다
어떤 거대함도
나로 부터 시작된다는 사실
그러나 먼지 같은 나.....
사랑해....네 말처럼
배위의 모든 사람들, 특히 나의 오래 지기 내 아내,
근데 그게 잘 안된다
낯선 도시에 소나기가 내리지 않아서인가...
ㅡJ가 로기에게 "
권철호신부님의 매일미사 강론들 중
마음에 다가온 말씀들을 적어본다
하느님께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 믿음이다
그렇다고 고통을 대신해 주시지는 않는다
같이 옆에 있어 주신다
돌아 갈 곳이 있는 것이 '여행'이고. 돌아 갈 곳이 없는 것이 '방랑'일 때
우리의 삶은 '믿음'이 있으니
돌아 갈 곳이 있는 '여행'을 하는 것이다
2015.5.19 에베소 성모 마리아의 집
개신교에서는 성모님을 우상숭배로 보나
성모님은 사도들의 어머니며 신자들의 어머니이다
8살때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권 신부께서
10여년전
이곳 에베소 '성모님의 집'에서
어머니없이 성장한 자신의 숨겨진 상처를 위로하며 치유해주는
성모님의 손길을 체험하면서
눈물로 미사를 드렸음을 회상하며
이번 미사 강론 중..
손수 가져온 플륫으로 '엄마가 섬그늘에'를 연주하셨다
주님의 아가페적인 사랑에 필로스적인 사랑을 답하는 베드로...
기복신앙이라고만 할 것이 아니고 하느님께 열심히 바래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주시지 않겠는가....
남이 나를 어떻게 보냐 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보냐가 중요하다
순교성인들을 생각하면
우리가 이렇게 미사를 드릴 수 있는 것 자체에 감사를 드려야한다
2015.5.18 그리스 카타클론에서
2015.5.23 베네치아 부라노 섬
2015.5.23 베네치아
2015.5.24 라벤나 San Vitalle 성당의 천장과 벽
이탈리아 동북부의 아드리아해변에 위치한 라벤나 (AD 402~476 서로마제국의 수도)에서
그 당시 글을 모르던 민중들에게 그리스도를 설명하는...
그림으로 읽는 성서나 마찬가지인 찬란한 색상의 모자이크
2015.5.24 라벤나 단테의 유해가 안치된 곳..
그가 쓴 신곡이 이탈리아어의 표준어의 기준이 되었다고 한다
단테의 장례미사가 열렸었다는 근처의 성당에서
성령강림대축일미사를 드렸다
2015.5.22 크로아티아 최남단의 '아드라아해의 진주'라 불리우는 두브로브니크
순례일정중
두브로브니크에서 베네치아까지 하루종일 항해하는 날
선내에서의 신부님 특강을 기억나는대로 간추려 본다
'사랑하면 보이고, 보고나면 전과 같지 않으리..'는 조선시대 문인 누가 한 말인데
사랑하면 보이는 것이 우리를 변하게한다
'자연'은 몰라도 보이는 아름다움이지만,
초대교회의 바오로선교에 대해 공부를 안하고
에배소 성지나 순례지의 유적들을 보면 돌밖에 안보인다
성지는 예수님의 일생의 흔적인 예루살렘이나 팔레스티나의 Holy Land(대문자)로서의 거룩한 땅,
성모님 발현지나 순교자 유해를 모신 곳등의 holy place (소문자)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런 성지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고 은총을 받을 수 있다
하느님께서 하신 첫 일이 마리아에게 천사를 보내서 협조자가되라고 하신 것이다
종교개혁자인 루터는 성지순례를 미신이라 하였으나
하느님은 우리를 구원하고자 하셨고
누군가(성인, 성녀), 무엇을 통해서.. 어떠한 구실을 붙여서라도 은총과 사랑을 주신다
그러므로
성지에서 간절히 기도하면 반드시 은총이 주어진다
중세시대의 성지순례는 '보속'의 의미도 있었다
그 시대에 공동체로부터의 '파문'은 가장 큰 벌이 었는데, 복권의 의미로 가는 것이
성지순례의 참 뜻이었다고 볼 수 있다
성지 순례는 확인하러 가는 것도 , 기대치에 부응하러 가는 것도 아니다
하느님의 기대치에 우리가 얼마나 열어 놓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즉
하느님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고
나의 모든 것을 내려 놓고 하느님이 보여주시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다
마음속의 울림, 파동을 느끼며
하느님의 기대에 우리를 맡기는 것이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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