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중섭 1916~1956, 편지와 그림들 ㅣ 옮긴이 박재삼 ㅣ 다빈치 ] 에서..
이번 전시를 앞두고
故 이중섭의 95세 된 아내 이남덕을 인터뷰하고
편지 형식으로 쓴 조선일보 기사를 읽으니... 눈물이 난다
"아고리 상
지주 집안 부잣집 도련님 답게 당신은 마음이 넉넉한 이었어요
낭만 넘치는 괴짜이기도 했지요....
1956년 집으로 시인 김광균 씨가 보낸 전보가 날아왔어요
불길한 예감이 스쳤어요
세상에.. 당신이 죽었다니.....
그 절절한 그리움의 끝이 이토록 허망하다니....
대답 없는 당신을 향해 한참을 흐느꼈어요"
로기
덕수궁 입구는 동성애를 허용하는 차별금지법 통과 결사반대 기독교 모임이 소란스러웠다
그러나 필요한 집회라고 생각하며 그들 사이를 헤치고 J와 나는 덕수궁으로 들어갔다
순간 시간은 45~50년 전으로 역회전하며 학생 때,
덕수궁 돌담길을 걷던 시간으로 달음질하여 숨 가쁘게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J는 데이트하던 때가 생각난다고 하였다
갑자기 비가 쏟아져 잠시 비를 피했다가 미술관에 들어가니 전시관은 인파로 꽉 차서
물결같이 흘러가고 있었다
손바닥만한 그림들이 대부분이고
서너 개는 10호 정도...대부분 캔바스가 아니고 종위 위에 그린 그림들..
은박지에 긁어서 그린 가난한 냄새가 운명처럼 물씬 나는 조그만 그림들..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을 연상하였다
도교적인... 인간의 生과 死의 운명 같은..
새는 날개로 나르는 것이 아니고 바람에 실려가는 것이며
물고기는 물속에서 헤엄치는 것이 아니라 물결에 떠 다니는 것이다
삼라만상은 길이 미리 정해져 있다
중섭은 마치 저승으로 가는 길을 비추는 달빛을 그리듯이 신작로를 그렸다
그는 돌아오지 못하는 아내를 그리워하며 돌아오지 않는 강을 그리고
그해에 영양실조와 간염으로 쓸쓸히 갔다
그는 편지에도 아내를 그렸다
얼마나 그리웠을까?
얼마나 힘껏 안아보고 싶었을까?
자나 깨나 아내를 안고있는 꿈을 꾸었을 것이다
편지에 그려진 아내의 핑크빛 유두는 그 절절한 그리움의 표현이다
그림이 작다고?
손바닥만한 그림에서 우리는 큰 화가의 영혼을 보았다
보고 나서 가슴이 뭉클해지는... 근래에 드물게 본 전시회중 하나였다
J
덕수궁에 가면 항상 사라진 젊은 시절의 환상통( phantom pain )을 앓게 된다
다리가 잘린 사람이 없어진 다리가 실제로 아픈 것처럼
젊음은 사라졌는데 그 시절이 생각나며 가슴이 저린다는 말....
지금 생각하면 낯 뜨거워 지지만 용감하게도
덕수궁 정원에서 이젤을 세우고 구경꾼들 앞에서 어설프게 모란꽃을 그리던 때...
집사람과 데이트하며 앉았던 석조전의 돌계단 자리...
지금은 없어진 國展을 관람하던 일... 등등이 생각나며
시간을 반세기 전으로 돌려놓는다
ㅡ소나기 뿌리는 토요일 오후
젊음을 같이한 50년 친구 '로기'와의 데이트는 즐거웠다
강남 터미널 근처 중국집 '양자강'에서 점심을 같이 먹고
덕수궁에서 이중섭展을 관람한 후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
옛 서울고 경희궁 시립 미술관 판화展까지...
그리고 팥빙수 한 그릇 나눠먹고 청진동까지 걸어가
유명한 청진옥 선지 해장국으로 저녁까지 때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사람은 주말인데 ..성북동으로 1박 2일 성당 레지오 피정을 떠났다
저녁 10시 전에 잠들어서 아침 5시까지 푹 ~잤다
집사람이 없어서 오히려 더 편하게.. 푹~자다니... 그것도 이상하다...ㅎㅎ
아침에 일어나 보니
'로기'는 "이중섭, 백년의 신화"展을 잘 정리해서 카톡에 올렸구나
그러고 보니 로기가 나보다 더 건강하네...나는 피곤해서 일찍 잠들었는데....
50년 친구 로기야
고맙다
그대와 같이 50年前으로 돌아갔다 와서
참으로 즐거웠다
이중섭, 백년의 신화 展 / 덕수궁 2016.6.3~10.3
흰 소 1955 종이에 유채
왜관 성당 부근 1955 종이에 유채
여인과 게 c 1953 종이에 목탄
부부 c 1950 은지에 새김, 유채
사랑 1950 은지에 새김, 유채
북한산과 경복궁 1955 종이에 유채
남자와 여자 1941 종이에 청먹, 채색
소와 여인 1942 종이에 펜
아내에게 보낸 편지 19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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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이중섭 기념관 앞 도로 가로등....(후배 P의 사진..)
Joshua Bell - Tchaikovsky -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 35
National Youth Orchestra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Valery Gergiev, conductor
Live recording. London, Proms 2013
2016.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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