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light. Night in St Cloud / Edvard Munch (1890)
빈 방 창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고독한 남자는 누구인가....
이 그림은
사실상 생클루의 방에서 아버지를 생각하며 슬픔에 잠긴
뭉크 자신을 그린 '심리적 자화상'으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실제로는 그 당시 파리의 콜레라 창궐로 이사한 파리 외곽의 생클루에서
그의 친구인 상징주의 덴마크 시인 엠마누엘 골드스타인( Emanuel Goldstein)을 모델로하여
그의 파리 유학시기에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 뭉크박사를 생각하며 그린 것이다
뭉크는 나중에 의사인 아버지에 대해
'아버지는 광기의 경계에 다달을 수 있는 선천적인 신경과민을 가졌다
내가 물려 받은 것 또한 이 지독한 신경과민이다'라고 회상했다
창가로 스며드는 희뿌연 불빛으로 인해
모자를 쓴 실루엣으로만 보이는 모호한 남자는
의자에 앉아 파이프 담배를 피우거나 성경을 읽으면서 쉬고 있을 때의
뭉크 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하고,
희망과 현실 사이의 절망적인 간극, 고독과 고립감이라는 공통적인 심리상태를 가지고 있었던
뭉크 자신과 친구 골드스타인의 모습이기도 하다
ㅡ그림속의 외로운 이 남자는
어슴푸레한 초현실주의적인 분위기의 달빛이 비치는 텅빈 방의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 불빛,
수많은 황폐한 삶을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흘러가는 센 강을
멍하니 응시하면서 인생을 관조하고 있는 듯도 하다
아내( 뭉크의 어머니)를 일찍 잃고
광신적으로 종교에 몰입했던 아버지의 죽음을 상징한 것인지...
창문의 십자가 형태의 창틀과 방 바닥에 길게 드리운 십자가 그림자가 특이하다
이 그림은 피카소의 '청색 시대'를 예고하는 전조라고까지 해설되기도한다
뭉크는 화가로서는 드물게
문학적 소양을 가지고 있었고, 당대의 문학에 정통했으며
그의 작품이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보이고, 詩的인 것은
문학에 대한 뭉크의 이러한 관심이 시각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뭉크는 철학에도 관심이 많아
니체의 저서를 탐독하면서 '니체의 초상'이라는 작품도 남긴다
이처럼
글도 잘 쓰는 뭉크는 이 그림 Night in St Cloud를 그리며
다음과 같이 썼다
그래서 나는 여기 생클루로 여행을 왔다
-아주 아름다운 곳이다-만일 달빛이 비추는 몇 날 저녁을 여기서 보낸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현기증이 날 것이다
얼마나 많은 밤을
나는 창가에 홀로 앉아 보냈는가
그리고 당신이 이곳에서 나와 함께
저 밖의 달빛을 바라 볼 수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 했는가
저 건너편의 불빛들 그리고 길위의 가로등
초록과 붉은 등, 노란 빛의 등을 매단 증기선들
그리고 기묘하게 어둑어둑한 방 안
바닥에 드리운 흐릿하고 푸른 빛의 네모난 달그림자
So I travelled down here to St. Cloud -where it is utterly beautiful-
You would become absolutely light-headed
if You spent a few moon-lit evenings out here
How many evenings have I sat alone by the windows- and regretted
that You were not here so that together we could admire the view outside in the moonlight
-with all of the lights on the other side and the gas lamps in the street outside-
and all the steamboats-with green and red lamps and yellow lamps
And then the strange semi-darkness inside the room-with the light blush square
that the moon casts on the floor
노르웨이 정부 장학금을 받으며 프랑스에서 생활한 1889년 말 부터 1892년까지의 3 년 동안
그는 파리의 최신 예술 경향에 자극받았다
당시에는 사실주의와 자연주의에 대항해 주관성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었고
르동,고갱, 고흐와 나비파 (Nabis) 화가들이 그랬던 것 처럼
내면 세계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뭉크는 후기 인상주의적인 실험을 계속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미학의 기초를 쌓았다
뭉크는
1889년 "생클루 선언 ( St. Cloud Manifesto )"이라고 불리우게 되는 글에서
'우리는 더 이상 실내에서 책읽는 사람이나, 뜨개질하는 여인의 모습을 그려서는 안 된다
숨쉬고, 고통받고, 느끼고, 사랑하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야 한다'라고 말했고
곧
'나는 본 것을 상상하며 그리지, 보이는 것을 보면서 그리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사실주의적 정확한 묘사와 거리를 둔다
눈에 보이는 이미지가 아니라 그것을 보고 발현된 감정을 화폭에 담으려 한 것이다
1891년에 쓴 또 다른 글에서는
새로운 회화, '미래의 미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다음과 같이 공격했다
" 나무가 붉거나 푸르거나-얼굴이 파란 색이거나 녹색일 때-그들은 그것이 틀렸다고 믿는다-
어렸을 때부터 나뭇잎과 풀은 녹색이고 피부색은 불그레하다고 믿어 왔기 때문에-
이것이 진지한 그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아무렇게나 그린 속임수이거나-
차라리 정신적인 혼란상태에서 나온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그림들이 진지하게 그려졌다는 사실을 머리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고통속에서-불면의 밤을 보내면서-피와 신경을 희생해 그린 그림이라는 것을-
이 화가들은 계속해서 그림을 그릴 것이고-점점 더 심해질 것이다.....
그렇다-진정으로-이것이 미래의 회화로-예술의 약속된 땅으로 가는 길이다
왜냐하면 화가는 이 그림들에 자신이 가진 가장 값진 것-영혼을-슬픔과 기쁨을-자신의 심혈을 바치기 때문이다
물건이 아니라 인간을 내놓는 것이다
이 그림들은-사람들을 더욱 강력하게 사로잡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소수를-점점 더 많은 사람을-결국에는 모두를..'
1890년의 원화를
1895년 판화로 전환시키면서 좌,우가 바뀌었다
Munch는 예술가로서의 삶이나 개인 가족사적으로도
비극과 불운이 연속되었다
70세 생일 바로 직후 그는 "질병,광기 그리고 죽음은
나의 요람에서 부터 곁에 서 있던 어두운 천사였으며 나의 일생을 따라 다녔다"라고 말하였다
뭉크의 20대후반 이 작품 '달빛, 생클루의 밤'를 제작한 1890년 경 부터
그의 삶과 작품에서의 중요한 철학적 변화가 시작된다
19세기 후반의 노르웨이 예술 또는 대부분의 프랑스 예술을 지배하고 있던
그당시의 미학적 개념을 버리기로 결심했다
결핵으로 인한 그의 어머니와 자매의 죽음의 상처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에서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한 충격을 이 그림으로 표현했었는데
원작을 그린 5년 후인 1895년 에칭화로 윗 그림을 제작할 때에도
그 당시 둥지를 튼 감정은 남아 있어서
그로하여금
형언하기 어려운 인간의 기분, 느낌, 감정들..
인간이 공유하는 본질적인 경험인 멜랑콜리, 사랑, 또는 슬픔등을
그의 전 작품들에서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뭉크 미술의 특징을 만들어가는 계기가 된다
뭉크가 '의도적으로 고도의 심리학을 적용하여 그린 것'이라기 보다는
삶과 사랑, 죽음, 불안, 고독등에 대한 그의 내면의 생각들, 또는 상처들이
저절로 그림으로 나타나며
그를
표현주의 화가의 선구자가 되게 한 것이다
이처럼
이성은 억누르고 있으나
깊숙한 잠재의식속에서 자아를 괴롭히며 분출되는 충동을
솔직하게 묘사하는 '표현주의'라고 '단정'할 수 있는 작품은
뭉크에서 비롯된 것이다
'표현주의'라는 명칭이 처음 사용된 것도
베를린의 화상 파울 카시러가
뭉크의 작품을 인상주의에 대립시켜 '표현주의적'이라고 칭한 데서 유래한다
즉
한동안 인상주의에 반대하는 모든 흐름은
표현주의에 포함되는 것이었으며
'표현주의적'이라는 것은
그 당시의
'현대미술'이라는 뜻으로도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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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eg - Notturno Op. 54 No. 4
책 '뭉크, 추방된 영혼의 기록 '에
첫 그림으로 소개되는 뭉크의 그림 '생클루의 밤'
( 2016.9.16. 오후 10 시 )
Sources
영혼의 시/ 에드바르드 뭉크 P126~127 ㅣ 예술의 전당 전시 도록 ㅣ 컬처앤아이리더스
에드바르 뭉크 ; 세기말 영혼의 초상 p 230~231 ㅣ 수 프리도 지음 ㅣ 윤세진 옮김 ㅣ 을유문화사
뭉크, 추방된 영혼의 기록 p 21, p 184~185ㅣ 베스테르만 지음 ㅣ 홍주연 옮김 ㅣ 예경
뭉크, 쉴레, 클림트의 표현주의 ㅣ 김광우 지음 ㅣ 미술문화
에드바르 뭉크 p 48~57ㅣ 요세프 파울 호딘 지음 ㅣ 이수연 옮김 ㅣ시공아트
세계명화의 비밀 p 240~251 ㅣ 모니카 봄 두첸 지음 ㅣ김현우 옮김 ㅣ 생각의 나무
http://blog.daum.net/melanie/1099
http://blog.daum.net/melanie/926
http://blog.daum.net/chungks48/137
http://blog.daum.net/chungks48/181
http://blog.daum.net/chungks48/119
http://blog.daum.net/chungks48/159
http://blog.daum.net/chungks48/117
http://www.theartstory.org/artist-munch-edvard-artworks.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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