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평소에 찾아가서 볼 정도로 문화생활을 하지도 않으며,
영화에 대한 상식도 별로 없지만
미술에대해 아는체 하려면 이런 영화정도는 봐야될 것 같아서
스폰지하우스라는 광화문에 있는 작은 영화관을 처음으로 찾았다
미디어 아트 작가이기도 한 감독 젬 코헨의
제작의도나 영화로서의 완성도는 잘 모르겠으나
미술의 역사에 대한 탐험과 명화관람의 즐거움을 느끼면서
브르겔, 렘브란트나 유럽 거장들의 작품들을 대형스크린으로 보는 것 만으로도
평생 처음, 왠지 쑥스럽게 느끼며..
혼자 영화를 관람한 보람은 있었다
'뮤지엄 아워스'는 비엔나 미술사박물관에서
삶이 시들어가는 두 남녀의 짧은 만남을 그린 영화다
정년퇴직 후 온라인 게임을 하며 홀로 보내며,
박물관 경비원으로 미술품과 관람자들을 조용히 관찰하며
시간을 보내는 온화한 요한과,
카나다에서 사촌이 위독하여 갑자기 비엔나를 처음 방문하여
낯선 도시에서 방황하는 가난한,
여인 앤...
처음 방문한 낯선 도시에서
어떻게 보면 도피처로서 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내던 앤이
경비원 요한에게
비엔나의 길을 물어보다가 가까워진다
병원에서 의식불명의 사촌에대한 연락이 올때까지
요한이 스산한 겨울의 비엔나를 안내하며...
서민들의 삶을 보여주는 바나 카페에서..
도시의 벼룩시장을 느릿느릿 걸으며,
지하 보트도 같이타면서ㅡ간간히 그들의 지난 삶을 서로에게 얘기한다.
설레이는 모습이 전혀 없는 것 같은
너무나 편안하고 안정된 요한의 말과 행동을 보면
남녀사이의 Romance 라기보다는
부담없는 '벗'으로서의 우정을 키워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요한이 동성애자라는 것은 영화를 본 후 나중에 알았다)
미술사 박물관은 역사적인 유물들이 있는 낡은 건물이 아니라
지금시대의 우리 모두에게 관계되는
죽음, 섹스, 역사,신학, 물질주의등을 찾아 볼 수 있는 곳이며
그로 인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반영하는 예술의 힘을 보여주는
수수께끼같은 교차로로 작용하는 곳임을 영화는 잔잔히 보여준다
ㅡ영화 중반에 전문가의 브르겔 작품에 대한 설명,
즉 브르겔은 주제보다 주변의 소소한 것들을 더 강조하며 그리는 스타일이며...
그의 그림은 르네상스 시대부터의
농부의 삶, 하류계급의 삶을 보여주는 더큐멘터리와 같다는 설명을 하는 듯한 장면...
ㅡ여주인공 앤이 벌거벗은 것을 부끄러워 하지않는 '아담과 이브'를 그린
그림을 보면서 감탄한 후에,
바로 그 그림을 보는 관람객들이 벌거벗은 모습으로 ' 아담과 이브'를 관람하는 것으로
바꿔서 보여줌으로서
그림이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
영화만이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장면들..
ㅡ전문적인 미술사 공부를 한것도 아니지만, 느릿느릿 편안한 목소리로
의식불명인 엔의 사촌에게 미술사박물관의 명화들을 설명하며 자신의 견해를 얘기하는 요한....
그럼으로서 죽어가는 환자가
병원 침대에서 친구도, 가족도 없이
홀로 외롭게 죽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한 장면....
ㅡ비엔나의 서민들이 하루의 고단함을 풀기 위해 떠들고 노는 카페에서
요한과 앤이 그들의 지난 삶을
가식없이 편안하게 얘기하며 즐거워하는 모습....등이 인상에 남는다
영화의 Epilogue 는
늙은 누추한 여인이 가파른 길을 힘들게 걸어 가는 모습을
영화의 나레이션에서 표현한 '아름답다고 느껴지기도하는' 차량 행렬의 불빛과
비교하면서 끝나는데...
마치 나의 친구 로기의
부촌과 빈촌의 대비를 그린 그림 'Contrast'를 보는 듯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비엔나의 아름다운 도시풍경보다는
노골적으로 허름하고 초라한 비엔나의 모습을 비추며
거리의 청소부들, 홈리스들, 넝마주이들...이러한 도시의 소외자들을
보여주는 화면이 많다고 느꼈는데....
예술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예술은 소수의 엘리트들을 위한 것만이 아니고
사회적 모든 계급, 계층을 위한 것이라는...
비엔나는 오페라나 거대한 빌딩을 위한 도시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소외자들의 도시이기도 하다는 것을...말하고 싶은 감독 젬 코헨의
정치적 성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젬 코헨은 이 영화를 만들며
하층계급의 일상생활을 주로 그린 브루겔을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선택한 것은 아닌지...?
감독 젬 코헨은 2013 년9월 HUNGER TV와 인터뷰에서
"나는 나의 영화가 social message를 주려고 한다고
떠들썩하게 나타내는것은 싫다
그러나 경제와 정치가 세상을 형성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세상의 실제적인 것을 반영하여 나타내는 것이 영화라면
영화는 정치, 경제와 그것들의 사회적영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하하..
그냥...
삶의 쓸쓸함을...
두드러 질 것도 없는 두 남녀 주인공과
미술관을 교차로로 엮어서
매력적인 영화로 만든 것으로 생각하자...
Hans Mamling 의 '아담과 이브'를 보는 요한과 앤
영화 Museum Hours에 소개된 그림들...
영화에서 전문해설자로 나오는 이 여성은 그림 설명을 아래와 같이 한다
Bruegel( 1528~1569), The Peasant Wedding
농부의 결혼식을 그린 브루겔의 이 작품에 결혼식을 올리는 당사자 couple이 없다
신부는 나서지 않고 중앙의 녹색커튼 앞에 수줍게 앉아 있다
전통적으로 신랑은 식이 끝날때까지 안나타난다
(감독 젬 코헨은 이러한 브루겔의 그림그리는 방식,
즉 주제보다 주변의 우연한 것까지 포함한 모든 것을 빼놓지않고 그리는 방식이
자신의 거리에서의 다큐제작방식이라 말했다)
Bruegel, the elder The Conversion of St Paul
ㅡ사울은 이 그림에서 말에 떨어지는 모습으로 그림 가운데에 작게 그려져있다
이 그림을 처음에 언뜻 보면 군인들과 말들의 커다란 뒷모습의 기병대가 뒤엉킨 모습이다
ㅡ영화에서 해설자는 중앙의 나무옆에
큰 헬멧을 쓰고 있는 작은 소년( 아래 작은 그림 )을 고집스럽게 설명한다
ㅡ부르겔은 철저히 일반 대중과 일상사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예술의 목표로 삼았다
그가 농부의 삶을 세부적으로 묘사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감독 짐 코헨은 주제와 무관한 주변적 대상인 " 이 소년의 그림" 에 관한 개인적인 관심이
이 영화를 제작하게된 동기라고 밝혔다)
렘브란트 자화상 1652
'명화 속 상황과 현실의 소통
경중이나 우월이 아닌 자연스러운 관계...
명화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선으로 삶을 응시하게하는,
응시하는 삶이, 삶의 면면들이 작품이 되는,
가령 이런 경우죠
램브란트의 자화상이 보이고.... 난 후
그다음부터 사람들의 얼굴이 천천이 화면 속에 나타나면
누구든 사람의 얼굴이 램브란트의 자화상처럼 그만의 자화상으로 읽어지는 거요'
ㅡ'Blog 숲처럼 나무처럼'의 '영화 뮤지엄 아워스'중에서
Hans Hamling, Adam and Eve 1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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