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에서 뭉크의 첫번째 대규모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미술 전시회는 주로 혼자 다니는 편인데...
오늘은 특별히 '그 녀'와
미술관 데이트를 하기로 하였기 때문에
설레이는 마음으로... 한가람 미술관 전시장으로 들어 갔다
전시장 어디엔가 '그녀'가 먼저 와서 보고 있을 것만 같아
두리번 거리다가
어짜피 서로 감상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 보다가 만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우선 내 스타일 대로 전시장을 한바퀴 돌면서 빠르게 그림들을 봐 나간다
사실 그림 감상이야말로
음악과 문학과 달리 듣는 시간, 읽는 시간이 필요 없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작품도
빠른 걸음으로 보면 순식간에 감상할 수 있다
꼭 오래 봐야만 제대로 감상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급한 성격의 나는 쓱 한바퀴 돌고,
관심있는 작품들만 집중적으로 보는 편이다
한바퀴 둘러 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 Weeping Nude앞에서 한 참을 서 있는데...
옆에 누가 서서 같이 보고 있다
아...'그녀'구나...반가워서 처다보니 '그녀'도 빙그레 웃으며 나를 반긴다
'그녀'도 미리 와서 다 보고 마음에 드는 것만
다시 보는 중이라하여
서로 그림에 대한 느낌과 생각들을 나누며.. 같이 보기로 했다
Weeping Nude 1913~14
핏빛 침대위에서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매우 강렬하다
사진으로 자주 봐서 낮익은 그림이지만 원본을 보니 그림속의
그녀의 슬픔이 전달되는 것같다
이 그림이 제일 마음에 든다고 하니..'그녀'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뭉크의 그림이 좀 섬뜩한 면이 있기는 있어요
그리고 격한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지요
저도 서른 즈음에 저런 모습으로 침대에서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나만 그림속의 여인처럼 울어 버린 건 아닌가봐요...
가슴 속에 하나씩 있는 그런 것들이겠지요 "
"아 그래요..?
저도 그 나이때 비오는 날 대학 캠퍼스 숲속에서... "
"이유는 서로 말하지 않기로 해요 하하"
"서른 즈음에는 그런 일들이 있을 수 있지요.?
지금 되 돌아보면 별거 아닌 일들인데.."
"하하 저에겐 J님 같은 그런 감성적인 것은 아니예요
정말로 절실한 것이었어요
지금이야 물론 다 아련한 옛 추억이지만..."
Seperation II 1896
" 이 그림을 보면 정유찬 시인의 '사랑이 지나간 자리'가 생각나요...
머리속 어디엔가 숨어 있다가 막을 수 없이 터져나오는 작은 기억들
참을 수 없는 그리움을 가져오는 내 작은 추억들...
뒤돌아 갈 수 도 없는데....
그냥 잊어버렸으면 좋겠는데.....요
J님은 남자라 이런 말 들으면 실감이 않나지요?
이해할 수 있겠어요...?
'허망한 느낌과
우울한 고독을 순식간에 쓰러 버릴
바람같은 사랑
하지만
사랑이 바람처럼 지나고
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하늘이 와르르 무너진다
...
...
그래,
그건 바람이었다'라는 제가 좋아하는 詩예요...'
Ashes II 1899
"뭉크는 화가가 안됐다면 문학가가 될 정도로 글을 잘 썼는데...
'사랑은 불꽃이다 불꽃같기에
사랑은 그저 먼지더미를 남겼다'라고 헀더군요
그래서 이 그림의 제목을 잿더미(Ashes)라고 했겠지요..?"
" 그런데 왜 뭉크는 남녀가 같이 있는 그림에서 남성의 모습을
항상 이렇게 그렸다고 생각하세요 ?"
"그냥 여자가 두렵고 여자한테 지배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뭉크는 여자들과는 편하게 지낼 수 없는 운명을 타고 났나봐요
유부녀와의 첫사랑도 6년만에 상처받고 헤어지고..."
Jealousy 1907
"1880년대에 한스에게르가 주축이되서 모였던
보헤미안 그룹에 속했을때는
어릴때부터 알고 지내던 '다그니 유을'이라는 여성이 뭉크의 동료
프지비세프스키를 선택하니까
질투도 많이 느꼈나봐요..'질투'라는 그림을 여러점 그린것을 보면...
'다그니'라는 여성은 나중에 30초반에 다른 남자연인한테 권총으로 살해되더군요
그 당시는 참... 남녀의 자유연애사상이
지금보다 더 심했던가...아니면 性的으로 더 문란했던 것 같아요..하하
뭉크가 서른즈음에 만난 '툴라 라르센'과는
결국은 뭉크의 손에 권총자해까지 한 후에 헤어지게되구요...
성적 대상으로서의 여성에 대한 욕망과 이러한 여성에 대한 두려움등을
그림으로 이렇게 그렸나봐요
그래서 평생 결혼도 안하고 혼자 살고..."
Vampire 1916~18
"저는 vampire라 불리는 이 그림의 원명이
'사랑과 고통'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안도의 한 숨을 내 쉬었어요..
그리고 잊어버린 사랑이 제자리를 찾은 듯 기뻤어요"
"vampire라는 제목이 이 그림에 문학적 의미를 부여했지만
사실 한 여자가 남자의 목에
키스하는 것을 그렸을 뿐이라고 뭉크는 말 했어요
아 그리고 뭉크는 작품이 팔리면 똑 같은 그림을 또 그려서
같은 제목의 같은 그림들이 참 많아요...이 그림도 여러 version이 있어요"
Woman 1925
'
"그런데 작가 스터네센은 '뭉크, 천재의 클로즈 업'이라는 책에서
육체적이고 시각적인 면에서의 뭉크와 여성과의 관계를
그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정서적재현이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표현했네요
'뭉크는 성관계라는 것을 여성이 죽음과 교미하는 과정으로 표현한다...
죽음과 여성은 같은 냄새를 지닌다
뭉크가 기억하는 죽음의 미소는 그의 어머니의 미소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뭉크가 여성과 가진 문제는
그의 죽은 어머니를 떠올리지 않고서는
미소 짓는 괜찮은 여성과 동침할 수 없었다는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당연하다..'라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 소견을 썼는데
솔직히 무슨 말인지는 머리에 정돈이 잘 안되네요 하하..."
The Night Wanderer 1923~4
"뭉크의 자화상 '밤의 방랑자'는 실존적 고독과 불안을 표현했다는데...
눈이 쾡한게 꼭 불면증환자가 잠못이루고
집안을 어슬렁 거리는 것 같지요..?"
"하하 꼭 나 같아요...
잠 안올 때 주방에서 냉장고에 있는 캔맥주 꺼내려는 사람 같지요?
누구는.. 깊은 밤 잠못들고 서성이는 사람은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 좋아한다던데...하하"
Self-Portrait in Hell 1903
'이 자화상의 시발점은 1903년 여름 자택 정원에서 찍은 누드사진이라고 하네요
머리와 몸을 분리하여 햇빛에 그을린 얼굴과 하얀 몸을 대조적으로 그렸는데
목위의 오렌지색 붓자국은 칼로 베인 상처처럼 보여서
머리와 몸의 분리를 더욱 강조했다 합니다
뭉크는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에 대한 상징처럼 알려져있고
실제로 우울하고 병약하며, 알콜중독과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화가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고착되어 있지만
저도 이번에 알았는데
실제로는 매우 생산적이고 성공적인 사업가적 마인드를 가진 화가로
스스로 전시를 기획하고
후원자, 수집가, 미술관관장들로 구성된 협력자들 간의 네트워크를 구성해서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인 훌륭한 작품을 만들고 존중받는 예술가가 되기 위하여
열정적인 인생을 살았다고 평가를 받더군요...'
Cupid and Psyche 1907
"그리스의 사랑의 神인 '큐피드'와 지상의 아름다운 공주인
영혼을 가르키는 '프시케'의 사랑을
주제로 다룬 그림이지요? "
"사랑을 모티브로 그린 뭉크의 작품들 중에서는 저는 이 그림이
가장 마음에드는 작품입니다
두 남녀가 선명한 색채의 수직적인 붓터치로 표현되어 시각적으로
강렬하고 아름답게 느껴져요
이 작품을 보고
독일 표현주의의 선구자로 불리울 만 하다고 생각했어요"
The Scream 1895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을 상징하는 icon으로 뭉크보다 더 유명한
이그림 'Scream'은
그녀가 싫어하는 그림이라고 해서 그냥 지나치면서
얼굴양쪽에 두 손을 대고 있는 모습이
페루에서 발견된 미라의 모습과 똑같은 것으로 보아.. 뭉크가 이것을
그림으로 차용한 것 같다는 설도 있다고 설명했다
The Sick Child 1 1896
"The Sick Child라는 이 그림은 폐결핵에 걸려
죽음을 바로 눈앞에둔 뭉크의 누나인 15세의 Sophie를 그린 그림인데
뭉크의 그림들은 그가 살아오면서 간직하였고,
나중에 창작을 위해 끄집어낸
특정한 기억으로 부터 탄생한 것들이 많다고 하지요...?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슈베르트...그리고 가장 많이 듣는 곡의 하나는
그의 현악 4중주곡 14번<Death and Maiden; 죽음과 소녀>인데...
특히 가을날 듣는 슈베르트의 현악곡들은
가라앉는 마음을 더 깊은 곳으로 끌어 당기는 듯해요..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를 들을 때 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이 그림의 Sophie의 옆 모습이 오버랩되고
그녀를 위한 진혼곡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뭉크는 '병든 아이'에서 나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것은 나의 예술에 있어 돌파구였다
훗날 내가 했던 것의 대부분은 이 그림으로부터 탄생했다'라고 말 할 정도로
이 테마를 소중하게 생각했네요
아마도 그가 좋아하고 따렀던 누나의 죽음에 대한 기억이
평생동안 뭉크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가슴에 응어리로 남았나 봐요..."
Starry Night 1922-24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은
삶의 아름다움을 그린듯한 별이 빛나는 찬란한 밤으로 느껴지는데
고흐보다 40년이상 더 살면서
노르웨이의 유명인사며 큰 부자가된 뭉크의 이 그림은
오히려 죽음의 그림자가 비치는 듯한 어둡고 무거운 그림으로 느껴져요"
"그림의 중앙에 사람의 형체는 보이지 않고 두 그림자만 보이는 것이
그런것 같기도 하네요..달빛에 비친 그림자인가요?
하늘의 별들도 고흐의 별들보다는
생기가 없는 것 같아요...
무언가 고독과 불안이 이 그림에서도 보이네요... "
'
The Kiss 1897
"그림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지만
클림트의 '키스'는 사랑을 나누는 그 순간의 절정, 기쁨, 환희가 잘 표현되었고
뭉크의 키스관련 그림은
절박한, 절실한, 그리고 깊은, 진한 사랑이 절절이 표현되었다는 생각을 해요
뭉크의 이 그림에서 두 남녀의 얼굴이 뭉개진
그리고 하나로 뭉뚱그려진 것을 보면
그 두 남녀의 정신적 육체적 일체감이라 할까
얼마나 절박하고 절실한 사랑이기에
두 마음이 하나가 되듯이 두 개의 얼굴이 하나의 얼굴로 표현되었나하는 생각이 들구요
그렇기에 뭉크의 키스와 사랑은 '헤어짐'을 암시하는 것 같지요 ?"
"클림트의 키스와 뭉크의 키스 관련 그림을 놓고 어느 것을 선택하시겠어요?"
'전, 아무런 망설임없이 뭉크의 키스를 선택할 겁니다
제가 뭉크의 그림을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그 표현이 '너무나' 마음에 와닿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그림을 보면 문정희 시인의 '두 조각 입술'이라는 詩가 생각나네요
The Kiss IV 1902
'닫힌 문을 사납게 열어 젖히고
서로가 서로를 흡입하는 두 조각 입술
생명이 생명을 탐하는
저 밀착의 힘
.....
탱고처럼 짧고 격열한 집중으로
두 조각 입술이 만나는
숨가쁜 사랑의 순간"
Towards the Forest II 1915
"그리고...
나이들어 하는 사랑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고령의 사랑이라는 것은 ..아마
자신이 늙어 가는 것이 안타갑고...또 마지막 사랑이라는 것을 생각하니
붙잡고 싶은 마음에 더 불꽃처럼 타오르는게 아닐까 싶어요..."
Madonna 1895/1902
"'마돈나'라는 주제의 이 그림은 처음에
'사랑하고 있는 여성(women making love)'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되었던 것인데
이 그림에서 테두리에 정충( sperm)들을 그려 넣고
좌측아래에는 태아모양을 그린 것으로 보아
아마도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출산이라는 주제를 표현 한것 같아요
性의 극치와 受胎를... 의미한 것이지요 ?..."
Evening Melancholy 1891?
"멜랑콜리라는 이 작품은 해변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한 남자가
한 손으로는 턱에 손을 괸채 시선은 아래를 향하고 무슨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것 같지요?'
The Dance of Life 1925
"1893년 부터 '생의 프리즈'에 표현하려던 테마는
삶과 사랑과 죽음이라는 상징주의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주제인데
'생의 춤'이라는 이 그림은 뭉크의 자화상이기도 하며
'생의 프리즈'연작중에서 사랑을 표현한 마지막 작품중 하나라고 합니다
이 그림에서 가운데 있는 뭉크의 춤을 거부하는 듯한 자세는
사회에 적응할 수 없었던 그의 경험을 표현한 것이라는 설명도 있더군요
그의 글에 보면
'그 당시 '보헤미안 시대는 자유연애와 함께 왔다
모든 사람들이 거칠고 광기어린 생의 춤에 휩쓸렸다
하지만 나는 생에 대한 두려움과
영생에 대한 생각으로 부터 벗어날 수 가 없었다'라고 썼더군요
또한 그당시 뭉크는
정신병과 결핵 때문에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정상적 삶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고 해요..."
Girl Sitting on the Edge of Her Bed 1884 Sister Inger 1884
"윗 그림들은 이번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한국에서의 첫번째 대규모 회고전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뭉크가 21살에 그린 그림들인데요
뭉크와 비교되는 고흐는
이런 그림들 자체를 그릴 사실적인 묘사 실력이 없었지요
한때 비평가들이 뭉크의 그림에서 보이는 미완성적이고 습작같은 특징을 비난하였지만
뭉크의 표현주의적인 거친 그림들이
이러한 단단한 기본위에서 탄생한 것임을 보여주는 그림들이지요"
" 아 그렇군요.... 이 그림들을 보니
17살에 왕립미술학교에서 정식으로 미술을 배운 것을 알 수 가 있네요..."
......
....
...
..
.
"아 벌써 끝났군요...
재미 있었어요?
언제 또 만날까요 ? 하하"
(뭉크 전시회는 혼자 봤다
'그녀'는 나의 상상 속의 내가 창조한 여인일 뿐이다
그러나 그림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내가 만든 여인과 '대화'를 하며 관람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 글에서 내가 만든 '그녀'의 모델은
블로그 arietta의 melanie님이다
'그녀'의 말들은 melanie님의 블로그에서
내맘대로 발췌하여 구어체로 올린 것이다
물론 만나적도 없고 누구인지도 잘 모른다
그냥 뭉크에 관한 melanie 님의 글이
마음에 와 닿고...내가 뭉크를
더.더.더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있으려나...하하)
참고
1. 영혼의 시/ 에드바르드 뭉크 ㅣ 예술의 전당 전시 도록 ㅣ 컬처앤아이리더스
2. 에드바르 뭉크 ; 세기말 영혼의 초상 ㅣ 수 프리도 지음 ㅣ 윤세진 옮김 ㅣ 을유문화사
3. 뭉크, 추방된 영혼의 기록 ㅣ 베스테르만 지음 ㅣ 홍주연 옮김 ㅣ 예경
4. 뭉크, 쉴레, 클림트의 표현주의 ㅣ 김광우 지음 ㅣ 미술문화
5. http://blog.daum.net/melanie
6. http://blog.daum.net/chungks48/119
7. http://blog.daum.net/chungks48/117
8. 에드바르 뭉크 ㅣ 요세프 파울 호딘 지음 ㅣ 이수연 옮김 ㅣ시공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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