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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로스코 4. 연극 '레드'를 보고...

J cash 2014. 1. 9. 11:30

 

 

 

Untitled

 

 

현대 미술사에서 악명높은 사건이 넬슨 록펠러에 의한

멕시코 작가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 파괴이다

뉴욕의 심장부에서 록펠러가 주문한 벽화를 디에고가 레닌의 얼굴을 그려 넣음으로서

자본주의의 상징인 그곳에 어울리지 않는다하여 파괴한 것이다

그로 부터 약 20년후

이번에는 작가 마크 로스코가 스스로 계약을 파기하였지만

새로 짓는 뉴욕시의 시그램빌딩내

상류층을 위한 포시즌즈레스토랑 벽화의 주문제작 계약을 파기한 

1958/59년 사건을 다룬것이 연극 '레드'이다

 

표면적으로는

예술의 진실성과  상업성의 갈등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우리가 미술작품을 보면서

'무엇을 보아야하는지'를 생각하게 하고,

예술가의 삶과 고통,  

자신의 작품을 지키려는 의지와 작품에 대한 긍지,

관중과의 소통을 위한 작가의 노력, 

새로움을 찾고자히는 고뇌, 철학등을 보여주는 연극이라 여겨진다  

 

 

극이 시작하면서 양복을 잘 차려 입은 20대의 젊은이 켄이

무대 조명에 의해 붉은 색이 감도는 로스코의 작업실을 찾아온다

이 연극에서 조수 켄은 물론 가상의 인물이다

무대 중앙에는 눈에 익은 갈색과 검정색의 어두운 큰 그림이 관객을 바라보고 있고,

오른 쪽 작업준비대에는  

그림을 그리기위한 물감들의 병과 통, 붓등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무대 중앙 왼 쪽에는 레코드 축음기, 전화, 술병등이 놓여 있고

무대 측면 뒷쪽으로는 여러개의 작업중인 큰 캔바스들이 세워져있다

 

100분간의 연극내내 쉬지않고 치열하게 쏟아내는 두사람의 대사는

연극적인 대사의 톤과 억양에 익숙치 않은 나에게는 다소 어색하게 들린다

연극관람도 숙달이 필요하구나..ㅎ 

 

로스코는 켄에게 무대 중앙의 그림을 가르키며 "무엇이 보이냐' 고 묻는다

켄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아니 어떠한 대답도 거절하며 로스코는 혼자 떠벌린다

"잠깐,

그림으로 다가가라,  더 가까이..

그림의 맥박을 느껴라..너에게 작용해서 느끼도록 해라..

가까이..더 가까이..퍼지도록하라

그림의 양팔이 너를 감싸게하고, 너를 껴 안도록해라

너의 시야를 꽉 채우게하라..... 

뭐라고 수 도 없이 떠들며

계속 '무엇이 보이냐'고 묻는다

ㅡ켄은 '레드요 '라고 간단히 답한다

로스코는 또 조수 캔에게 화가는 누구를 좋아하냐고 묻는다

ㅡ켄은 ' 잭슨 폴록이요'라고 답한다

 

로스코는

ㅡ화가는 우선 지적, 문학적, 철학적 사고를 갖춰야한다고 말하며

ㅡ앤디 워홀, 로이 릭텐스타인등이 이끄는 팝아트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

ㅡ동 시대의 잭슨 폴록을 음주운전하다가 충돌사고로 사망한 것이니

자살한 것이나 같은것이며 자신이 잭슨폴록과 비교되는 것에 대한 불쾌감,

ㅡ자신을 렘브란트, 터너, 마티스와 동등한 격이라 말하고

마더웰, 라우센버그, 스텔라등을 자신보다  격하하고..

ㅡ애들도 그릴 수 있는 그림이라는 일부의 단순한 견해에 대한 혐오감

ㅡ모든 것이 좋다는 식으로 말하는 그시대의 사람들의 경박함에 대한 경멸

ㅡ상류층 식당의 장식을 위한 자신의 작품을 제작하는 데 대한 심리적 갈등, 혼란등..

ㅡ자신이 두려워 하는 것은  언젠가 Black 이 Red를 삼켜버릴 것같은 것이라하며...

ㅡ아들은 아버지를 존경하지만 죽여야한다하고...

ㅡ빛이 들어오지않는 밀페된 공간에서 작업하고 야외에서 작업하지 않는 것은

이젤이 바람에 쓰러지고,

바닥에 떨어진 캔바스에 개미들이 기어 다니기 때문이라고도하며

ㅡ난 니 심장을 멈추게 하려고 그리는 거야....등등

조수 캔에게 수도 없이 퍼 붓는다

 

로스코를 저지하기위해 설정한

가상의 대립인물 캔은

극 초반부에는  로스코의 견고한 성과 같은 힘에의해

순수하게 복종하는 유약한 조수역처럼 가려져 있다가

후반부에 로스코의 높이 솟은 자존심에 대항하며 극의 반전을 보여준다

극의 시기가 2년정도라  조수 켄이 공부 좀 했는지 

로스코에게 잭슨폴록은 디오니소스적이고, 로스코는 아폴론적이라고도 하며

로스코가 초현실주의와 입체파를 몰아 냈듯이

앤디워홀등의 팝아트 시대가 다가옴을 당당히 얘기한다

,,,,

로스코는  

거들먹거리는 소리와 그릇 부딪히는 소리로 가득찬 포시즌식당에서 나온후

작업실에 돌아와 

주로 red, black, brown색으로 그린 수직구도의

포시즌식당벽화의 계약을 파기함을 전화로 통보한다

2년동안 데리고 있던 조수 캔은

독자적인 길을 찾도록  떠나보내고

막이 내린다

 

이번 연극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마지막 장면의 5m가넘는

작품 Red가 조명을 받으며 색이 변할때

실제 작품을 볼때보다 더 강렬하게 느껴지며 빨려 들어 가는 듯한 것이다

로스코와 조수 캔이 거대한 흰 캔바스에

붉은 색으로 격렬하게 칠하며 그림을 그리는 장면에서도

그렇게 그리다가 어느때 멈추더라도

남은 여백의 흰 캔바스색이 레드와

아주 잘 어울리는 훌륭한 작품이 될것처럼 보였다 

 

 

                  No 9                    Homage to Matisse

                                                                     

5000원 주고 산 연극 해설 카탈로그는

제본이 잘 안되서 금방 낫장이 떨어진다

올려놓은 로스코의 그림도

제목 No 9과 '마티스에게 경의를'이 바뀌어서

해설책자 내용의 신뢰성이 떨어지나

"이 극은 단편적으로는 실존인물인 로스코의 씨그램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담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관객들에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버지와 아들, 이전 세대와 앞으로 올 세대의 충돌"이라 써있다

그렇다면

로스코가 가장 두려운 것이 블랙이 레드를 삼키는 것이라 했는데..

레드는 로스코고 아버지며,

블랙은 아들이고 새로 대두되는 팝아트라고 풀이해도 되는 지....?

마치 '7, 8, 9 에서 9 이 제일 무서워 하는 것이 7' 이라는 우스게소리가 생각난다

(seven ate nine ..7 이 9 를 먹었으니까...)

블랙이 레드를 삼키는 것이 무엇인지는 천천이 생각하자...ㅎㅎ

 

아무래도 연극을 좋아해서 보는 것이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위대한 화가 로스코를 다룬 연극이라 보는 것이기때문인지

연극의 대사나 극적 긴장감, 배우들의 연기등으로 인한 감동보다는

100분동안 로스코의 작업장면, 작업실의 구성, 실제작품을 보는 듯한 ㅡ

로스코의 작품들 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한 진한 체험을 한 느낌이다

연극을 보러다닐 정도로 문화생활을 하는 부류가 결코 아닌 사람이

시작해서 끝날때까지

졸지않고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는 것도 보람이었다 ㅎㅎ

.....

.....

Red는

광채이며 열정이고

로스코를 생생하고 극명한 삶으로 돌아가게 하는 색이다 ㅡ

 

 

 

Seagram Mur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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