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트가 있는 정물' ㅡ2015.6.7 작
47~8년전에 그린 원래 그림(아래)을 컴퓨터로 색상의 변화만 주고
새로운 작품이라 해 본다
캔바스의 실제 그림이 아니라 컴퓨터에만 존재함으로..
원하는 규격의 복사본을 뽑아내면 되니까
이 작품의 크기는 정함이 없다
(원래 그림) 15호 Oil on Canvas 1968년경
테이블위의 흰 천도 양철이나 가죽처럼 뻣뻣하게 느껴지고 테이블의 뒷 선도 맞지가 않는다
화병의 꽃은 무슨 꽃을 그렸는지 애매하다
세잔의 multi view point 화법을 흉내낸 것도 아니고
그냥 어색하게 그려진 것일 뿐이다
남들한테 제법 그렸구나하는 소리는 듣고 싶어서
잘 그리려고 애쓴 흔적이 보이는 미숙한 작품이다
정확히 47~8년전 그러니까 대학 1~2학년때...
내가 만 20살이 되기 전에 그린 이 그림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대학때 취미로 그림그리는 동아리인 '연세화우회'의 지도교수이셨던
윤석범교수님이 소장하고 계신 것을 알게 되었다
40여년만에 사진으로 다운 받아서
화가인 딸아이한테 보여줬더니 제법~그렸다하며
마치
서양미술의 도입기인 우리나라 서양화 1세대 화가의 그림風이라고 한다
구닥다리 그림같다는 말이다
그래서
컴퓨터의 간단한 작업으로
원래 그림의 색상을 약간 모노크롬식으로 변화를 주니
내가 보기에는
원화보다 훨씬 더 참신해 보인다
작년에 ( http://blog.daum.net/chungks48/132 )
나의 블로그에 "세리 레빈의 워커 에반스를 따라서"라는 글을 썼었는데...
세리 레빈'(1947~ )은 수십년전의 '워커 에반스'의 사진작품들을
1981년 그대로 다시 찍어
제목을 ~After Walker Evans 시리즈로 발표하며
자신의 창작이라고 함으로서 ...포스트모더니즘적인 발상이라고 관심을 받았다
저작권 침해나 표절로 인정될 수 있는
남의 작품 베끼기( appropriation 또는 parody) 를
아주 독창적인 의미를 부여하며 시도한 개념미술적인 작가인데
그녀의 '독창적인 생각 자체가 작품'이라는 뜻이다
원작만이 갖는 Aura도...
대부분의 관람자는 컴퓨터화면이나 인쇄물을 통해서
미술작품을 감상하기 때문에
원작 실물을 통해서만
Aura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작가들이 그림뿐만 아니라 조각까지도
첨단 기술을 이용해서 실물과 똑 같이 만들어서
한정판이라고 판매할 수 있는
Art Edition 의 시대에...
원작만이...가치가 있다는 것은....
그 미술작품을 창조하는 '생각'이 중요한 가치로 평가되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물질성만 중요시하는 것이 아닌지..? "
수십년전의 남의 사진을 ..그것도 원본사진이 아닌 잡지에 실린 사진을 찍어서
자신의 작품이라고 한 세리 레빈에 비해서
그래도 나는
47~8년전에 내가 그린 그림을
컴퓨터로 쉽게 색상의 톤만 바꾸어서 "새로운 작품"이라고 하는 셈이다
2015년 6월 7일 작ㅡ
"팔레트가 있는 정물"이다.
ㅡ테크닉의 미숙함을 조금이라도 덮어 보려고
엉뚱한 궤변을 했다 ...
..........
......
...
.
Gaudeamus Igitur
내가 그렸는지조차 잊고 있던 40여년전 그림을 발견하니
감회가 깊다
반갑고 기쁘지만...
그때 그 시절이 떠오르며
마음 한구석이 애잔하게 저며오기도 한다
ㅡ대학때 친구 형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갑자기 나보고
노래를 하라고 해서...Gaudeamus Igitur를 엉터리로 불렀었는데.....
아직도 그 친구 가족은 내가 노래를 잘하는 줄 착각하고 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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