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야기

풍수원 성당에서

J cash 2015. 10. 25. 11:19

 

 

 

 

 

풍수원 성당 2015.10.23

 

 

가을이 깊어 간다

다니는 서초성당 남성레지오단의 활동단원은 아니지만 협조단원으로

지은지 100년이 넘는 풍수원 성당에 1박2일로 다녀왔

강원도 산골은

이미 단풍이 절정을 지나고 있었지만...참으로 아름다웠다

 

 

 

 

 

십자가의 길 기도  2015.10.23

 

 

 

로기야

멀리 창 밖에서 새벽 닭울음 소리도 들려온다 

유치한 유행가 노래에도 쉽게 눈물이 맺히는 나이지만

스마트폰으로 k후배가 카톡에 올린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을

새벽 산골에서 들으니

나 답지 않게

가슴이 저며오는 벅찬 감동을 느낀

 

2주 후 전시회 때는

가을이 마지막 스퍼트를 하며 달려갈 때지?

우리들의 축제인 전시회를 앞두고

마음이 무겁다

우리의 인생도 이제는

마지막 스퍼트 하듯이 달려 갈 텐데..

이렇게 마음이 무거우냐 ?

대학 때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화우회를 우리가 창립하고

화우 동문 모임에서 이루어 보려던 꿈

ㅡ미술을 사랑하고,

예술을 아는 척도 하면서

가끔 직접 그려보기도 하면서...

우리의 사라진 젊음에 대한 환상통( phantom pain )을 같이 느끼며...

지금의 세속적인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려던

우리의 소박한 꿈은 어디로 사라진 건가..?

 

 

J야

우리가 무엇을 이루어 보려고,

무엇을 만들어 보려고 했던 것이 착각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는 그림을

사랑하고, 좋아하고, 그리는 척하고, 아는 척도 하면서

젊은 시절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되씹으며 늙고 싶었는데

현실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아름답고 여유 있

마치 고급 멤버쉽 클럽 같은 고상한 대화와 수준있는 행동, 재미 있는 레저 등으로

같은 추억을 공유하는 화우들끼리 노년을 보내려고 했지만

그러한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음을 간과했구나

미술 클럽이면 미술 클럽답게 그림에 가치 기준을 두어

모든 것이 그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반발이겠지...

그림 외의 부르조아적인 행동에 더 치중하는 듯한 행보가 못마땅하다는 불평이 불거져

근래에 분위기가 싸늘해다고 본다

그것도 정중하게 예의를 갖추어 제안한 것이 아니고

다소 교만하게 불만을 불쑥 내놓아 화기애애하던 화우 OB방이 얼어 붙었구나

 

우리가 무엇이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는 것은

단순한 우리의 소망으로 남겨두고 뒤에서 따라가자

마음 맞는 사람끼리

가끔 밥이나 먹고, 그림 얘기도 하고, 잘난 척도 하고, 여행도 하고,

오베르의 고흐 형제묘에 가서 코냑도 부어주며 눈물도 흘려보고,

그림도 그리고 ..그렇게 살자

 

다 같이는 그냥 이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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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hur Rubinstein - Grieg - Piano Concerto in A minor, Op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