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천 2015. 12. 7. photo by kkm
매일 아침 새벽 5시면
'오늘의 출근곡'이라고 하면서 클래식 음악을 해설과 같이 올려주는
부지런한 후배 k 가
삼성의 구조조정으로 며칠전 갑자기 임원에서 물러난 후
아마도
심난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집 근처 분당 탄천을 혼자 산책하며 올린 사진인 것 같다
나는 그 후배에게
" 오히려 잘 된 것 아니냐 ?
30여년간의 머슴생활을 성실히...
정말로
범생으로 성실하게 끝냈으니
이제는 마음 껏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감상, 사진촬영, 야생화관찰, 영화감상등을 하고
그림도 다시 그리며
지내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윗 사진을 보며
K에게 아래의 글을 보냈다
어이~ K
사진 ..정말 아름답다
ㅡ그래서 사진은 사실적이지가 않다
나는
직접 본 탄천이 이렇게 아름답다고 느낀적이 없다
이런 풍경을
우리 눈도 사진처럼
이렇게 보겠지만
우리의 뇌에서는
이렇게 인지(perception)되지 않아서
이런 풍경이 있다는걸 못 느낀다...는 말
"사진은 사실적이지 않다
하지만 진실하다"
ㅡ독일 사진작가 Andreas Gursky 1956~
꽃마리 photo by kkm
kkm
카메라와 사람의 눈은 대상을 다르게 해석하는 것 같아요
사람의 눈은 사물을 연속적으로 인식하고 또 특별한 프레임 안에 가두지는 않아요
카메라 eye는 어느 순간을 기록하고 대개의 경우는 사각형안에 프레임을 고정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렌즈의 특성으로 인해 사람의 눈으로는 느낄 수 없는 것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길가의 작은 들꽃은
사실 사람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너무 작아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무릎을 굽히고 고개를 낮추어 카메라의 눈으로 들여다 보면
정말 아름다운 세계가 그 안에 펼쳐지곤 하지요
제가 찍은 꽃마리라는 흔한 들꽃은 지름이 불과 2미리인데
너무 작아 눈에 잘 안띄기 때문에
막상 보더라도 예쁘다는 생각을 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카메라는 세상의 어떤 꽃보다도 더 아름답게 표현하지요 !!!
또 그냥 평범한 풍경도 렌즈의 심도를 이용하여
몽환적인 경우도....사실적인 경우도... 나타내고
심지어 긴 노출을 하면 시간의 흐름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사진은 그림과는 또 다른...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고
그런 의미에서 사진은 위대합니다
카메라의 눈으로만 볼 수 있는 황홀한 세계가 있습니다
탄천 2015.12.23 by k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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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par David Friedrich / Wanderer above the Sea of Fog / 1818
Evgeny Kissin - Schubert - Wander Fantasy in C major, D 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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