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
어제 양재동 엘타워에서 연세 화우 동문 신년하례회가 있었다
매년 정기 전시회도 있고, 1기에서 10기까지의 원로 고참들의 분기 세미나도 있지만
반세기에 가까운 역사가 있는 화우회의 전체 동문들이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자주 없기 때문에
매년 신년하례회를 하기로 하고 개최한 첫 신년하례회이다
70여 명의 적은 인원이 참석하였으나 점점 더 많은 인원이 참석하며
얼굴을 익힐 것으로 생각한다
어느 모임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1기 창립멤버이기 때문에 갖는 부담도 만만치가 않다
나에게도 한마디 하라고 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무슨 말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이크를 잡고 일어나는 순간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다 잊어 먹었어요
그만큼 이제는 어느 정도 치매까지 오고 있는 모양이지요? 하하
올해 들어 데이빗 보위, 글렌 프라이, 나탈리 콜등..이 70 문턱을 못 넘기고 갔어요
그러니 내가 치매끼가 오는 것도 당연한 것이겠지요
나의 젊음은 화우회와 함께 한 기억밖에 없습니다
오늘 첫 신년 하례회라 다소 적게 모였지만 점점 창대해지리라 믿습니다
남은 세월
우리의 사라진 젊은 시절에 대한 환상통을 같이 가지는
여러분들과 건강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의 친구 기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소개한다
조그만 탁자 위에 화병을 그리고
" 해바라기를 담아 놨구나
검붉은 탁자위에 은은한 빛은 언제까지나 남아 있겠지
그린 님은 떠났어도 너는 아직 피어 있구나
네 앞에서 땀 흘리던 그 사람을 알고 있겠지......."
해바라기가 있는 정물 노래를 합창하며 우리는 헤어 젔습니다
고흐의 해바라기 노래라며
후배들이 미술 동아리 주제가로 불렀던 노래라는데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70세에서 27세까지
1기부터 43기까지
할아버지 부터 손주뻘까지
한자리에 만나 2016년 대학 그림 동아리 신년하례식을
오늘 뷔페식당을 빌려서 거행했습니다
대학 조그만 다락방에서 아그리파 석고상 하나 걸어 놓고 시작한 그림 동아리가
이제 50년이 되었고 동문 숫자도 이제 450명이나 되었답니다
그때 처음 시작했던 친구들이 70 문턱에 왔습니다
우리는 고흐, 모딜리아니, 에곤 실레, 마네...등에 비하면
질기게 오래 살아 남앗다고 쓴웃음을 웃었습니다
이제 남은 날은 지나간 날들보다 형편없이 조금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림을 그린 것은 운명입니다
하고 싶어 한 것이라기보다 차라리 무언가가 시켜서 한 것입니다
회피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버렸다가 다시 주워들고
잊었다가 다시 찾아내고
어느 사이에 운명처럼 무의식 속에 진한 문신을 새기고 같이 가고 있습니다
죽는 날까지 그렇게 갈 것입니다
해바라기의 노래ㅡ우리는 잘 모르는 노래였지만 노래 가사가 가슴을 적십니다
노래와 함께 지나간 시간들이
지나간 사랑이
지나간 이야기들이
차창을 훑고 지나가는 나뭇가지처럼 퍼런 생채기를 남기고 흩어져 갔습니다
할아버지부터 손주뻘까지 같이 합창을 하며
벗꽃이 눈처럼 흩날리던 젊은 날의 캠퍼스를 떠 올렸습니다
Chris Botti - Cinema Paradi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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